영화 '행복을 찾아서'을 통해, 부모와 아이의 행복에 대해 고민하다.
나와 아이의 행복한 관계를 가져다줄 파랑새는 어디에 있을까요?
2006년에 개봉한 영화 '행복을 찾아서'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며, 배우 윌스미스와 그의 실제 아들이 직접 출연해서 화제가 되었죠.
그럼, 주인공 크리스부터 만나볼까요?
나는 크리스 가드너다.
나는 스물여덟 살에 아버지를 처음 만나고 난 후, 내 아이만큼은 아버지 없이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건 나의 인생이야기다.
1981년 샌프란시스코
의료기구를 파는 영업사원인 크리스는 한때 일이 잘 될 때도 있었지만, 최근엔 기계를 단 한 대도 팔지 못해 세금이 체납되고 자동차까지 압류될 형편이죠.
경제적인 사정이 나빠지자 아내와 싸우는 일도 잦아졌는데요.
밀린 집세와 쌓여가는 독촉장, 자동차조차 없어 버스를 타고 구걸하다시피 물건을 팔던 크리스는 증권가에서 좋은 차를 타며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모든 사람이 다 행복해 보였다. 난 왜 그럴 수 없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다른 사람들은 원하는 걸 쉽게 얻으며 편하게 사는데, 나만 어렵고 고통스러운 짐을 짊어진 것 같은 기분, 혹시 느껴보신 적 있나요?
크리스는 가족을 위해 돈을 벌고 싶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도 하늘이 주는 기회가 찾아온 걸까요?
주식중개인을 하기 위해 인턴 지원서를 낸 크리스는 숫자와 계산에 남다른 재능을 보여 인사담당자의 눈에 듭니다.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을 아세요?
인력거꾼인 주인공은 빈손으로 집에 돌아온 날이 많았는데, 어느 날 유난히 손님이 많아 운수가 좋다고 생각하며 집에 돌아오죠. 하지만 아침에 오늘은 일을 가지 말라고 부탁하던 아내가 끝내 세상을 떠나버린 내용처럼, 크리스에게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이었지만, 아내는 아들을 데리고 떠나겠다고 선언합니다.
크리스는 아내를 잡기 위해 집으로 달립니다. 그때 그의 머리에선 이런 생각이 떠오르죠.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이 그때부터 자꾸 떠올랐다.
제퍼슨은 미국 독립선언문에서 인간에게 주어진 권리 중에 '자유와 행복추구권'이 있다고 했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행복을 추구해야 하는 걸 제퍼슨은 어떻게 알았을까?
아마도 행복은 늘 쫓아다녀야 하는 대상일 뿐 절대 잡히지 않는 대상일지도 모른다.
제퍼슨은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크리스의 말대로 과연 행복은 절대 손에 잡히지 않고 쫓아다녀야만 하는 대상일까요?
결국 그의 아내는 가난한 삶이 불행하다며 떠나버리고 크리스는 아이와 둘만 남게 됩니다.
크리스는 아이에게 묻습니다.
행복하니?
아이는 뭐라고 대답했을까요.
네. 행복해요.
아이는 행복하다고 합니다.
가난해서 빈민촌에 있는 어린이집에 다니고 원하는 생일선물을 받지 못해도 말이죠.
아버지는 대답합니다.
네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해.
아들과 둘이 남겨진 크리스는 주식중개인 인턴직에 합격했지만, 월급도 없이 6개월을 버텨내야 하고 정직원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는 사실에 좌절합니다. 당장 집세가 밀려 쫓겨날 지경이니까요.
비관에 빠진 그는 농구선수가 되겠다는 아들에게 아빠를 닮아 농구 실력이 안 좋을 테니, 다른 걸 해보라고 충고하는데요.
이렇듯 우리 안에 불안의 수준이 높아지면, '나는 무언가 부족한 존재'라는 결핍감이 생기고, 그로 인해 부정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죠.
심리학자인 브라운(2023)은 ‘나 자신이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에 빠지면, 내가 가지지 못한 것과 다른 사람이 가진 것, 나에게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을 따지느라 어마어마한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마치 크리스가 아들에게 ‘넌 농구실력이 부족하니 잘할 수 있는 다른 걸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죠.
크리스는 아내마저 떠나고 거리로 쫓겨날 형편에 처한 자신의 결핍감으로 인해, 운동신경이 없는 아들이 재능이 넘치고 풍족한 지원을 받는 아이들과 경쟁하면 성공하지 못할 거라는 부정적인 예언을 하고 있는 거죠.
아버지의 충고를 들은 실망 해서 농구공을 던져버립니다.
‘나는 농구도 못하는 별 볼 일 없는 아이야.’라는 표정을 지으면서요.
크리스는 그런 아들을 보며 갑자기 무언가를 깨닫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죠.
아들, 누가 넌 할 수 없다고 하면 마음에 담아두지 마. 아빠가 그래도 말이야.
꿈이 있다면 지켜야 해.
사람들은 자기가 못하면 남들도 못한다고 말하거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끝까지 밀어붙여.
크리스는 어린 시절에 아버지에게 버려졌고, 28살이 되아서야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자신을 가장 사랑해 줄 부모에게 유기된 경험은 정신분석학자인 호나이가 말하는 ‘근본불안’을 갖게 하죠.
‘근본불안’은 부모와 ‘우리’라는 정서적 유대감을 갖지 못하고, 쉽게 불안과 걱정에 사로잡히는 상태를 뜻하는데요.
크리스는 아버지로부터 버려져 갖게 된 '근본불안'으로 인해, 아들이 헛된 꿈을 좇다가 실패할까 봐 두려워 농구선수라는 소망을 포기하라고 했지만, 이내 마음을 바꿔 꿈이 있다면 지켜야 한다고 말해줍니다.
왜 그의 마음이 바뀌었을까요?
그는 아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니까요.
어쩌면 아이를 위한 거라며 "이건 하지 말아라. 이건 꼭 해라."라는 부모의 충고는 자신이 가진 약점이나 결점에 대한 불안에서 비롯된 걸 지도 모릅니다.
아이를 진짜 사랑한다면, 아이가 정말 원하는 것에 귀 기울이고 지지해 줄 수 있어야 하죠.
뉴욕으로 아내가 떠난 후, 크리스는 모텔에서 아이와 지내지만 아들은 크게 불평하지 않습니다.
아버지를 믿으니까요.
계약을 많이 해낼수록 정규직에 가까워지기에 크리스는 밤낮으로 일하는데요.
반면, 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줄어들고 말죠.
그런데 어렵게 번 전재산인 육백달러가 세금 미납으로 압류되자 크리스와 아이는 모텔에서도 쫓겨나게 됩니다. 당장 식사도 해결할 수 없는 절망적인 순간에 크리스는 지하철역에서 아이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공룡 놀이를 하죠.
아버지인 그가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이니까요.
그날 밤 크리스는 아들과 함께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잠을 청합니다.
하지만 그는 이것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들에게 꿈이 있다면 포기하지 말라고 말했으니까요.
그는 교회에서 제공하는 무료 쉼터에서 아들과 지내며 최선을 다해 인턴일을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아들의 얼굴을 볼 때마다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과 ‘나는 좋은 아빠가 아니야.’라는 슬픔을 완전히 떨쳐낼 수는 없죠.
어느 날 그는 아들과 단둘이 해변으로 향하는데요.
바다를 보고 좋아하는 아들을 보며, 그는 비로소 ‘나에 대한 끊임없는 실망감에서 벗어났다.’고 고백합니다.
부모가 가진 결핍과 약점조차 자녀에 대한 사랑을 가로막을 순 없습니다.
아이 때문에 좌절하고 아플 때도 있지만, 아이로 인해 그 좌절과 아픔에서 벗어나게 되니까요.
삶에 대한 자신감을 잃을 때, 무력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무엇이 나에게 희망을 주나요?
드디어 정식 직원이 되었다는 합격 소식을 듣게 된 크리스는 가장 먼저 아들에게 달려갑니다.
그리고 아들을 안고 눈물을 흘립니다.
그는 말하죠.
이 작은 부분이 나의 행복이라고.
예전에 한 다큐멘터리에서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언제 가장 행복했는지 물었습니다.
과연 어떤 순간이었을까요?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대학이나 직장에 합격했을 때?
명품을 사거나 해외여행을 했을 때?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얻었을 때?
아니요.
그들이 말하는 가장 행복한 순간은 바로 '가장 평범한 일상'이었습니다.
캐나다 맥길 대학교와 스페인 바르셀로나 오토니마 대학 환경과학기술연구소(ICTA-UAB) 공동 연구팀은 전 세계 19개 지역 원주민 및 지역 사회의 2966명을 대상으로, 소득과 삶의 만족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요.
설문조사 결과 수입이 많은 사람들보다 수입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 오히려 높은 수준의 삶의 만족도를 나타냈습니다.
(코메디닷컴, 2024.02.06.).
우리는 많은 연구들을 통해 행복의 필수 조건이 물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현실에서는 '행복의 바로미터'를 물질이라고 여깁니다.
그런데 임종을 앞둔 사람들은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밥을 먹고 대화를 하며 산책을 하거나, 반려동물과 함께 보낸 시간 등 일상적인 순간이 가장 행복했다고 고백하죠.
물론 우리는 원하는 물건을 사거나 남들이 부러워할 직장에 합격하고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는 일에서도 기쁨을 느낍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거나 운동을 할 때 등 일정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과업을 달성한 후 자신의 노력과 성취를 회상하면서 느끼는 행복이 물건을 사서 얻는 행복감보다 훨씬 강렬하고 오래 지속된다고 밝혔는데요.
갖고 싶은 물건을 결제하고 택배를 기다리는 즐거움은 매우 강렬하죠.
바라는 것을 내 손에 가졌다는 만족감은 뇌의 변연계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시켜 쾌감을 느끼게 하니까요.
그런데 아이를 키우고 사랑하며 느끼는 행복은 이와는 좀 다릅니다.
이때는 세로토닌이라는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만족감, 안정감과 관련이 있는 호르몬이 분비되거든요.
즉각적이고 강렬한 쾌감은 아니지만 편안하고 지속적인 즐거움을 경험하게 해 주죠.
Philippe van den Bosch(1997)는 행복이란 순간적인 기쁨 이상의 ‘지속적인 만족과 계속되는 안정된 상태’를 뜻한다고 말합니다. 그런 점에서 도파민이 주는 즐거움보단 세로토닌이 느끼게 해주는 감정이 행복에 더 가까운 거죠.
아이를 양육하는 일은 원하는 물건을 사는 것처럼 쾌감을 주진 않지만, 아이와 사랑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 행복을 안겨줍니다.
자기 고집만 부리고 부모의 마음은 몰라주는 아이 때문에 속상하세요?
그런데 내가 세상을 떠나도 아이는 부모인 나와의 경험을 밑천으로 험난한 인생을 살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나의 삶이 끝에 다다랐을 때, 기억에 남아 있는 가장 행복한 순간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보낸 일상의 기억들이겠죠.
나와 아이는 행복을 찾았나요? 아니면 아직도 찾고 있나요?
행복을 찾기 위해 나아가는 여정에는 방해도 있고 장애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인생의 신호등은 위기를 나타내는 빨간색에서 안정을 뜻하는 파란색으로 바로 바뀌지 않습니다.
삶이 멈춘 것 같은 고통을 견디는 인내와 그 아픔을 이겨내는 용기, 가족들을 위해 나를 낮추는 헌신을 통해 행복에 대한 희망을 품게 만드는 주황색 신호를 지나가야 합니다.
아이와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행복은 보이지 않는 파랑새를 쫓는 게 아니라,
이미 내 손안에 있는 걸 알아차리는 겁니다.
아이와 행복해지고 싶은 꿈이 있다면,
누가 뭐라고 해도 포기하지 말고, 크리스가 아들에게 한 말을 기억하세요.
즉각적인 즐거움을 주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감정을 느끼고,
당장은 불안하고 슬프더라도 부정적인 생각에 잠식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용기와 의지를 통해,
아이와의 사이에서 희망과 사랑을 회복하는 꿈을
상상이 아닌 현실에서 실현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