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한달살이 도전기 [1편]

준비되지 않은 출발

사실 준비할 시간은 많지 않았다.

1월 20일부터 23일까지 전공 시험이 있었고,

당장 출국이 25일이었다.


혼자 떠나는 여행보다는 유학생이라는 형태가

더 안전하고 새로울 것이라 판단해 어학원을 선택했고,

학교와 홈스테이를 예약해 생활하기로 했다.



1월 중반, 항공권, 어학원 등록, 홈스테이 부킹.

정말 필요한 것들만 급하게 마무리해두고

곧바로 전공 시험에 돌입했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환전을 했고,

필요한 물건들을 거의 충동적으로 사들였다.


그와중에 출국 전날엔 내가 사랑하는 뮤지컬 <렌트>도 봤고,

4년만에 어린시절 친구를 만났다.



정신없이 보내다 보니

겨울 밴쿠버로 떠나는 한 달짜리 캐리어는

출국 당일 새벽에야 겨우 싸게 되었다.



그리고 출국날, 생각보다 많은 우여곡절이 한번에 찾아왔다.

서울역 공항철도로 내려가는 엘레베이터는 계속 만원이었고

결국 거의 20분동안 엘베만 기다리다 직통 열차를 놓쳤다.


‘괜찮아, 그냥 수속하고 가지 뭐.’


하지만!!!

23kg x 2개 위탁수하물의 경우

합쳐서 46kg를 실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

새로 산 대형 캐리어에 정신이 팔린 탓에 초과수하물이 되어버렸다.


추가 비용은 서울역에서 수속이 불가능했고,

결국 짐만 부친 채 인천 공항으로 이동해

추가 결제와 출국 심사를 밟아야 했다.


엄마아빠가 보고 싶었다... 또르르


‘괜찮아, 혼자 이겨내!’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야무지게 출국장으로 들어간 순간,


아…


110V 다이슨 대여 신청을 해두었는데

출국장에 들어가기 전에 픽업을 했어야 한단 사실이

그제야… 떠올랐다.


아무 생각 없이 이미 보안검색 줄에 있었던 탓에

보안 직원에게 여쭤보니 절차가 따로 있다고 하셨다.


경찰에게 티켓에 정체 모를 도장도 받고

다시 밖으로 나가 픽업을 하고

또 프린트를 까먹은 서류 때문에

프린트숍을 찾아헤매다 겨우 성공하고

또다시 보안 검색을 거쳤다.



드디어 들어선 출국장,

미리 마일리지로 예약해둔 프레스티지 라운지는

이미 입장 시간이 훨씬 지나 bye…

배가 고파 그냥 밥부터 먹었다.


돌이켜보면 참 우왕좌왕한 출발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이 어수선한 시작이

이 여행과 꽤 닮아 있다는 것을.


나답지 않게

준비도 부족했고

계획도 허술했고

모든 게 즉흥 같았지만!


그만큼 온전히 내 선택이었다.


그렇게 나는 조금은 엉성한 상태로

밴쿠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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