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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장애의 서막

그전엔 얼마나 어떻게 먹었더라

by 밤잼

출근을 앞두고 발령 대기 기간 동안, 나를 우울하게 하는 것이 있었다. 일에 대한 걱정도, 사람에 대한 걱정도 아닌, 음식에 대한 걱정이었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싶은 것을 언제든지 먹었던 대학생 시절과 달리, 사회에서는 분명 그것에 제약이 있음을 아니까.


시험에 합격한 후로 식욕은 불쑥불쑥 찾아왔고, 식욕이 있다가도 없고를 반복하다가 결국 식욕이 꽤 강해진 상태였다. 식욕이 없던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상황이 바뀌자 그것에 대처할 방법을 몰랐고, 솔직히 말해서 내가 식욕이 강해졌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고 있지 못했다. 이전에는 별로 먹고 싶지 않았던 빵이나 아이스크림 같은 것이 당기기도 했고, 먹어도 먹어도 남아있는 허기짐에 어쩔 줄을 몰랐다.


하지만 이성의 힘으로 그런 욕구를 억눌렀다. 아주 작은 롤케이크를 사서는 소중하게 천천히 잘라먹었고, 차와 함께 플레이팅 해 시각적인 만족감이라도 높였다. 그 장면을 사진으로 남겨서 한 끼의 디저트를 잘 먹었다고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도저히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먹기 싫은 차는 맛이 없었고, 롤케이크는 부족했다.


예전엔 식욕이 없었는데, 어떻게 음식에 대한 갈망이 없었지? 빵을 먹다가도 미련 없이 내려놨었다. 그리고 더 이전, 그러니까 발병 전에도, 빵을 좋아하긴 했지만 먹고 싶은 만큼만 먹었고, 더 먹고 싶어서 괴로움에 몸부림치지 않았다. 대체 얼마나, 어떻게 먹었더라?


나 이런 상태로 출근할 수 있는 걸까?


그리고 대망의 출근날이 밝았다. 익숙하지 않은 이른 기상을 하고, 단정하게 준비를 했다. 그날 아침 기저 인슐린을 맞았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난다. 어쨌거나, 겉모습에서 나는 1형 당뇨나 식이장애를 앓고 있는 티는 전혀 나지 않았다. 직장에서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단지 밥을 먹기 전에 재빨리 주사만 맞으면 될 일이었다. 주사기는 대충 출근용 가방에 던져 넣고, 걱정 속에 첫 출근을 감행했다.


주말 오전, 한 컵의 피스타치오는 힐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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