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차파티

by Josh

명징한 세계에서 내가 좋아하는 적확한 행위는 거의 없다. 그 중 몇 안되게 좋아하는 기름을 두른 팬에 마늘 볶는 것과 더불어 나는 마른 팬에 차파티 굽는 것도 좋아하게 됐다. 프라이 팬을 인두를 지질 수 있을 정도로 적당히 달구고 거기에 차파티를 얹고 약 1분을 두면 점점 표면은 잘 웃고 수영을 잘하고 낚시를 잘하고 야자나무를 잘 타고 평생 신발은 조리만 신었을 것 같은 남쪽 섬나라 사내의 피부처럼 구릿빛으로 변해간다. 그리고 뒤집으면 거뭇거뭇한 부분이 군데군데 생겨있는데, 이 세상에 수 조 개의 차파티 중 어느 두 장도 그 무늬가 일치한 적이 없고 그것은 단순히 팬의 표면이라던가 차파티 반죽을 미는 밀대의 요철 같은 무의미한 요인들의 무작위한 결합의 결과라도, 멋진 검은 얼룩을 또렷하고 확고하게 내보인다. 또 1분. 그러면 하나의 차파티가 쌓이고, 비스듬히 쌓거나 겹겨이 쌓거나 예쁘기 접어서 나열하거나 그것은 당신의 자유다.


인도인이 일상식으로 난을 먹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류다. 그것은 한국인이 볶음밥을 삼시세끼 먹는다고 하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이야기다. 정제 밀가루에 버터를 듬뿍 치고 기름에 지저내는 난을 매일 먹다간 인도인은 모두 양탄자에 누워 하루종일 먹기만 하는 어느 술탄처럼 배가 부르고 말 것이다. 인도는 대륙과 같아서 일반화하기 힘들지만, 어쨌든 밀전병을 주식으로 하는 종류의 인도인들에게 난은 특별식이고 차파티가 일상식이다. 인도의 여느 기차 플랫폼이나 공항 플랫폼에서 그들은 스테인리스 찬합을 열어서 여러가지 마살라나 처트니와 함께 겹겹이 싼 차파티를 묵묵히 먹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 모습은 나에게 있지도 않은 향수나 아련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나는 코코넛 처트니와 차파티를 함께 먹는 것을 좋아한다. 망고 처트니는 맛이 강렬해 차파티의 존재가치와 그 관념을 지워버리고, 고수 처트니 또한 마찬가지다. 그리고 오늘은 아마존에서 산 마살라와 썩기 직전의 양파와 대파와 대용량으로 구매해 처치곤란인 흙당근을 잘게 잘라 언제 태어나서 죽었는지도 모르는 소의, 혹은 소 여러마리의 다릿살을 지방과 뭉쳐 만든 패티를 부신 것으로 커리를 만들었다. 인도 커리에 쇠고기를 넣는 것이 신성모독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나는 신성모독을 좋아하기도 하고 인도 자체에 애정도 없거니와 시크 교도처럼 뭐든지 먹고 강한 것이 바람직하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서 거리낌은 항상 없다. 그렇게 한솥 만든 양이 10만원 어치는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인도식당에 가지 않는다.


이러니저러니해도, 막상 구운 차파티와 처트니나 커리를 두고 입속에 가져가려고 하면 나는 항상 난감해진다. 차파티를 어떻게 접는지, 또 어떻게든 접은 것을 처트니와 커리와 어떻게 결합하는지 수많은 예시들을 실물로 사진으로 영상으로 보아도 나는 적확한 방법에 다다를 수 없다. 이것은 선언적 지식이라기보다는 경험적 지식에 가까운 것인데, 자전거를 타는 방법을 책으로 읽고 그것을 암기해서 자전거를 타려는 인간이 논두렁에 자빠지듯 이런 생각을 하는 인간은 대개 자각없이 하는 인간보다도 훨씬 범례에 다가서지 못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막상 어센틱한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는 않은 식탁을 차려내서 앞에 앉아서도, 결국은 충만하지 않은 느낌으로 그것을 먹는다. 이것은 다소 불유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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