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하루

by Josh

책장의 책을 골라서 중고책방에 팔고 술을 사왔다. 나는 어제 술을 마시며 이 생각을 하며 퍽 낭만적이라고 느꼈고, 그자리에서 책을 골라두고 오늘 바로 실행에 옮겼다. 20세기 감성이라고 해야 되나. 전당포 같은건 가본 일이 없는데. 나는 정신적으로 미성숙한지 물활론적 기질을 버리지 못해서, 오래 가지고 있던 물건을 쉬이 버리거나 처분하지는 못한다. 화장실 슬리퍼들의 밑창에게는 지금도 미안한 마음이 들어 가슴이 미어질 때가 있다. 그렇다고 저장강박이라는 수치스러운 자각은 하고싶지 않아 마음을 다져먹고 물건을 버리곤 한다. 그러나 이젠 나도 때가 타고 성격이 좀더 표독스러워졌는지는 몰라도, 쉽게 책을 골라서 책을 팔고 근처의 리쿼샵에서 비슷한 가격의 럼을 한병 사왔다.


정말로 책은 쉽게 골라냈다. 이제는 내가 미워하게 된 사람들이 나에게 준 책들과 자기계발 서적들. 나는 자기계발 서적을 정말로 싫어한다. 그게 어떤 책이든 싫어한다. 보통은 선물을 받은 것들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내가 준 책들을 그들이 처분했어도 나는 담담히 받아들일 것이라고 정당화한다. 내가 미워하는 사람들이 미워하가 전 받은 책들에게도 추방형을 내린다. 나는 부당한 갖가지 이유들을 갖다붙여 사람들을 미워한다. 그래서 나까지도 미워한다. 미워하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가 없다. 나도 갖가지 이유로 미움을 받고 있겠지만, 같은 이유들로 인해 유감은 없다. 나는 또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없지않아 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나가 책을 팔았다. 이미 중고수량이 넘쳐난다는 이유로 반려된 한 권을 제외하고 책을 모두 팔았다. 폐휴지 값보다 조금 많이 준 수준이라 억울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나도 그 책방에서 그정도에서 아주 조금 높은 값으로 종종 책들을 사서 크게 억울하지는 않다. 럼을 사고 나서 우리 집에는 박하잎이 없다는 것을 떠올린다. 그렇다고 화분을 들일 필요까지야, 생각하고 집에 있는 박하향 탄산수를 떠올리고 자기합리화를 한다. 사실 내 입이야 그렇게 예민하지도 미각이 뛰어나지도 않다. 오히려 박하향 탄산수가 라임즙이니 박하잎이니 설탕이니 섞어낸 모히또보다 나에게 걸맞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납득이 갔다. 불현듯 대학교 1학년때 칵테일 바에서 모히또를 마시며 허영심을 부리려고 좀 더 드라이하게 해주세요, 라고 청하며 한잔 더 마신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지금보다는 제정신이었던가, 자문한다. 그래도, 오늘은 아마도 맥주를 마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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