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서로를 지킵시다. 우리가 서로를 바꿉시다.

by 김소원
“선생님이 못 보시잖아요!”


등원하는 유치원 현관문 앞에서 소리치는 보호자의 말에 나는 얼음이 되었다. 어제 교실에서 한 아이가 욕을 했다는 데 진짜냐고, 우리 아이가 보고 배우면 어쩌냐고, 선생님은 그걸 못 보시고 뭐 하신 거냐고 다그쳤다. 내가 말할 틈도 없이 휙 외치고 가는 보호자의 뒤를 따라갔다. 시간이 지나면 오해는 더 쌓인다. 풀 수 있을 때 최대한 빨리 푸는 게 좋다. 급한 마음에 신발도 못 신고, 양말만 신은 채로 보도블럭을 걸어갔다.

“어머니, 간혹 유아들이 뜻도 모르고, 욕을 사용하기도 해요. 그것이 큰 문제라기보다는 유아들이 커가는 과정이에요. 어제 그 말의 뜻을 알려주니 아이들도 놀라더라고요. 사용하면 안 되겠다는 것을 받아들인 거죠. 이렇게 알려주면서 유아들이 자라나는 과정이에요. 그러니 어머니도 조금은 너그럽게 아이들을 믿어주세요.”

애써 어머니와의 대화를 마치고, 교실로 들어오니, 나의 눈치를 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유아들의 모습에 울컥했다. 발은 차가웠고, 양말은 거멓게 되었다. 맨발로 뛰쳐나가 보호자에게 쩔쩔매는 나의 모습을 부모님이 보셨다면 어떤 기분이었을까? 얼마 전, 퇴근하고 돌아오는 나의 모습을 보고, “내 새끼가 남의 새끼들 보느라 고생하네.”라고 말하던 엄마의 목소리가 귓가에 남았다.


2023년 7월 18일 서울의 초등교사가 사망하였다. 2년 차 저 경력, 신교교사라는 점에서 동질감이 생겨 더욱 마음이 쓰였다.


“우리가 서로를 지킵시다. 우리가 서로를 바꿉시다.”


전국의 교사들이 동료 교사의 사망을 추모하고, 위로하기 위해 피켓을 들고, 거리를 나왔다. 어려움 속에서 서로를 의지하고 지키자는 마음과 더 나은 교육 현장을 향해 현재의 문제점을 바꾸자는 다짐이 모였다.


2024년 12월 8번째 치른 임용시험에서 불합격 소식을 알고, ‘나는 교사를 하는 것이 맞을까?’ 고민했다. 뉴스로만 접한 막연했던 학부모의 민원을 6개월 동안 학교 현장에 있으면서 실제로 접했고, 학교에 있는 것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아가 좋았기에 나는 다시 한번 더 교육 현장으로 갔다. 대학을 포함, 10년 가까이 유아교육만을 공부했기에, 무얼 해야 할지 막막한 마음도 유치원으로 가게끔 이끌었다.


<정신질환 교원 4년 새 3배 폭증... “교권침해가 교사 아프게 했다.”>

<교권 침해 1년 새 2.4배... 교육의 질은 학부모 수준 넘을 수 없다.>


교권 추락에 관한 지속적인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학교급이 낮을수록 교권 침해의 심각성이 더 컸다. 유치원 교사의 경우 89.1%가 교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대답했다.


“교육의 본질적 수단으로 인간을 도야하고, 도야된 인간을 통하여 인간을 개혁하고, 개혁된 인간에 의해 곧 사회개혁이 이루어진다.”


스위스의 교육자 페스탈로치가 한 말이다. 대학교 1학년, 유아교육사상사를 배우며 이 문구를 보고, 나의 가슴이 벅차올랐다. 내가 앞으로 할 일이 이토록 멋진 일이라니, 내가 지금 배우고 있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났다.


2024년도에 66%의 교사가 스스로 교직을 떠나왔다고 한다. 교육 현장을 경험하지 않았던 시절,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화가 났다. 간절히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사람이 있는데, 그 자리를 스스로 관두는 것이 꼭 나를 놀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돌봄교사 2년, 담임교사 2년으로 공립학교에 있으면서 내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들이 그만두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듯했다.


“평생 교사로 일을 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나는 네! 라고 답을 하지 못한다. 단순히 기간제교사라서 미래가 불안정해서 그렇다기보다는, 나에게 내가 그토록 바랐던 ‘안정성’이 생기더라도 자신이 없다. 오늘의 난 또 한 번 마음을 다쳤고, 그때 그 보호자의 얼굴은 일상에서도 스치고, 동료 교사들 역시, 늘 상상을 넘는 민원들과 싸우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아동 학대로 고소를 당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기도 한다. 어느 직업에나 있는 애환이라고 하기에는 선을 넘는 사례들이 많다.


과거 0.333점 차이로 국공립교사 임용시험에서 떨어졌던 오 선생님은 기간제교사로 일하는 동안에도 임용시험 준비를 이어갔다.
기간제 교사를 그만 둔 후 공부를 계속했으나 우울증과 약 부작용에 시달렸다.
2022년 11월 11일 시험을 치르는 도중 오 선생님은 응시를 포기하고 고사장을 나왔다.
그로부터 두 달 뒤, 다시는 선생님으로도 딸로도 돌아오지 못했다.

(ebs 방송 다큐멘터리K- 우리는 선생님입니다. 1부 선생님을 위한 나라는 없다 중 일부)


EBS 다큐를 보다 눈물이 나왔다. 임용시험에 떨어졌지만, 심기일전하여 다시 펜을 잡은 마음, 기간제교사라도 하기 위해 수도 없이 썼을 자기소개서와 나를 어필하기 위해 몇 번이고 연습했을 면접, 마침내 학교에 왔으나, 두려움과 좌절을 수도 없이 느꼈을 그 상황이 그려져서, 감정들이 느껴져서 어쩌면 나 또한 같은 선택을 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여기는 여러분의 따뜻한 배려로 만들어지는 교육 현장입니다. 선생님과 학생이 마음 놓고 가르치고 배울 수 있도록 힘써주십시오. 학교는 우리 모두의 소중한 미래입니다. 교직원의 보호를 위해 통화 내용이 녹음될 수 있습니다.”


2023년 교육부는 교육활동 보호 인식 제고를 위해 전국 학교로 통화연결음을 배포했다. 페스탈로치의 말처럼 나는 교육이 인간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나 또한 누군가의 도움과 가르침으로 변화하였고, 교육하여 변화된 유아들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교사는 ARS 상담가가 아니다. 교육자이다. 연결음 없이도 교권의 인정과 학생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통화연결음이 나오고, 꼭 녹음해야지만 누군가를 보호할 수 있는 건 비탄한 일이다. 교육은 믿음에서 시작된다. 상대가 변할 것이라는 믿음. 교사는 전문가라는 믿음이 없다면, 진정한 교육은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부디, 모두가 행복한 교육 현장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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