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사가 교사냐?

by 김소원
유치원 교사가 교사냐?



본 장의 제목인 이 질문을 참 많이도 들었다.

처음 임용고시를 시작했을 때도, “유치원도 임용고시가 있어?”를 들었고,

1차 합격을 하고, 2차 시험을 보러 가기 전 메이크업을 하러 간 샵에서 “유치원도 수업 실연을 봐요?” 했고,

임용고시 장수생이라고 밝혔을 때도, “고등학교도 아니고 유치원 선생님 하려고 그렇게 오랜 시간 준비하셨어요?”를 들었고,

유치원 교사가 되어서도, “유치원 애들 가르치는 거 쉽지, 뭐.”라는 말을 들었다.


유아교육을 전공하면서부터 수도 없이 듣고, 듣고, 또 들었던, 무례한 말들. 유치원 교사는 사회적 인식이 낮다는 것을 알아도, 이미 많이 들었으니 익숙해질 법한데도, 여전히 이런 말들에 나는 긁히고, 화가 난다.

기업, 사람, 법 등 우리는 일상에서 이름, 명칭을 바꾸는 경우를 많이 접한다. 명칭을 변경함으로써 내면을 다시 세우기도 하고, 다른 이름으로 불림으로써 그것을 접하는 대상들의 시선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를 고려하여 최근, ‘공고’,‘상고’ 등 특성화고등학교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쇄신시키고자 이름을 변경하는 경우들이 늘어나고 있다.


“유치원” 또한 교사들이 오랜 시간 ‘유아 학교’로 명칭을 변경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유치원이 교육기본법상 분명히 학교인데도 불구하고, ‘학교’라는 명칭이 없어서 초등학교 입학 전 잠깐 다니는 기관으로 인식하고 있고, 유치원이라는 명칭이 일제강점기 일본의 교육제도를 답습한 일제 잔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역시나 일본의 잔재 중 하나였던,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변경된 지는 30년이 지났지만, 유치원은 아직인 것 보면 우리나라가 유아교육에 얼마나 무관심한지를 알 수 있다.


유치원은 학교이고, 교육기관이다. 다만, 초등학교, 중, 고등학교와 교육 방법이 다르다는 것에 차이가 있다. 유치원은 “놀이”로 교육이 이루어진다. “놀지 말고 공부해.” “그렇게 놀기만 하면 나중에 고생한다.”등 우리나라는 ‘놀이’에 대해 무지하고, 무관심했다. 하지만, 놀이는 중요하다. 특히나 만 3-5세 유아들에게 놀이는 필수이자, 놀이해야지만 인지능력, 정서 능력 등이 상승하고, 이러한 능력은 후에 학업성취에 많은 영향을 준다.


‘수학’을 중심으로 놀이 중심인 유치원 교육과정의 위대함을 말해보고자 한다. 수학이라는 과목은 그 안에서도 수와 연산, 공간과 도형(기하), 측정, 규칙성, 자료 분석으로 나뉜다. 수와 연산이 집합과 방정식으로, 규칙성이 함수 등으로 나타나 학창 시절의 우리를 괴롭혔을 것이다. 그리나 놀랍게도 우리는 이것의 토대를, 기초를 유치원에서부터 세운다.


유치원에 가면 가장 눈에 띄는 각종 블록으로부터 수학 개념을 가장 많이 익히게 된다. 블록들이 모여있는 곳을 “쌓기 영역”이라고 부른다. 유아들이 단순히 블록을 쌓고, 나르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유아들은 놀이하며 블록의 수를 세며 ‘수 세기’를 경험하고, 높이나 넓이를 비교하는 ‘측정’을 경험하고, 직사각형과 정사각형, 평면도형, 입체도형을 구별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직접 만지고, 관찰하고, 사용하면서 느낀 도형들은 머릿속에 구체적인 형상이 남아, 나중에 수학 문제를 접하게 되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지게 된다.


또한, 모래놀이하면서도 수학, 과학개념을 익힐 수 있다. 모래를 큰 통, 작은 통에 넣으며 양을 비교할 수 있고, 모래에 물을 넣었을 때 무게의 변화를 알 수 있다. 유아들의 관심이 확장되면 과학 실험으로도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데, 액체였던 물을 얼려서 고체인 얼음으로 만들고, 그것을 녹여 기체로 변화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유아교육을 배우면 배울수록 단순히 “아이가 좋아서” 유치원 교사를 꿈꿨던 내가 부끄러워진다. 유치원 교사는 유아를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그것은 당연하고, 세상의 모든 언어를 쉬운 말로, 5-7살 유아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꿔내야 한다.

2019 개정 유치원 교육과정(누리과정)은 5가지의 추구하는 인간상을 제시하였다. 성인이 된 우리는 유아(어린이)와 우리를 다르게 본다. 그렇지만 우리는 모두 어린이였다. 우리 모두 5, 6, 7살을 거쳐 성인이 되었다.


영화감독, 화가, 작곡가, 시인, 소설가, 평론가. 의사, 수의사, 댄서, 배우, 교사, 소방관 등 세상에는 다양한 직업과 사람들이 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각자의 생각, 느낌, 경험을 각자의 방법으로 표현하여 메시지를 전달한다. 유치원은 사회의 체험판이다. 성인이 되어 살아갈 세상을 대가 없이 경험한다. 내 생각, 느낌, 경험을 언어, 시청각, 행동으로 표현한다. ‘놀이’는 자유롭게 표현하며 여러 시행착오를 겪게 해주는 것이다.


교육 강국인 핀란드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 PISA에서 최상위권에 속한다. 우리나라 역시 최상위권에 속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은 사교육 시간이다. 우리나라의 평균 사교육이 4시간인 데 반해 핀란드는 평균 사교육이 6분에 불과하다.


‘움직이는 학교’라고 불리는 핀란드의 학교 ‘파이반케라’는 쉬는 시간에 놀이터에서 놀이하는 것이 규칙이다. 공간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건축하여 수업의 내용에 따라 교실의 크기를 변경할 수 있으며 교실과 복도의 경계는 커튼으로 분리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학교의 수업은 ‘놀이’로 이루어진다. 국어 수업에는 동사나 형용사를 나타내는 영상을,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직접 촬영하고, 발표하며 수학 시간은 체육관에서 이루어진다. 열 명이 모여 십진법을 만들고, 여러 친구와 함께 힘을 합쳐 도형을 만들고, 그래프의 기호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건 대한민국의 유치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앉아서 책을 읽는 것만을 공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보호자들이 “놀지만 말고, 공부 좀 시켜주세요.”라고 부탁을 해오곤 한다. 그리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도 책상에 앉아서 칠판을 보는 형태로만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워드 가드너는 다중지능이론을 제시하였는데, ‘지능’은 문제를 해결하고 문화에 의해 높이 평가될 수 있는 성과나 업적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하며 8가지의 지능을 제시하였다. 8가지 지능은 신체&운동지능, 언어 지능, 자기 이해 지능, 대인관계 지능, 음악 지능, 공간 지능, 논리&수학지능, 자연 지능, 음악 지능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우위를 보이는 것을 ‘강점지능’이라고 표현하였다.


유치원을 제외한 나머지 학교급의 교육과정에서 그 8가지 지능을 다 볼 수 있을까?

볼 수 있는 지능이라고는 언어 지능과 논리, 수학지능뿐일 것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나머지 6개의 지능이 있는 학생들은 자신의 강점지능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발견하지 못한 채 성인이 된다는 것이다.


다행히 유치원 교육과정은 8가지의 지능을 볼 수 있다.우리 반에는 자연을 좋아하는 태호와 음악을 좋아하는 보라, 친구 간의 갈등을 잘 해결할 줄 아는 초희가 있다.태호, 보라, 초희는 모두 자신들만의 강점지능을 가지고 있다. 교사인 나는 그것을 더 계발시켜 주기 위해 곤충박물관, 우리 반 콘서트, 토론회 등 다양한 놀이의 장을 열기 위해 노력한다. 즐겁게 놀이하고 활동하는 유아들을 보면 행복해지다 문득 답답할 때가 있다. 지금 이 유아들의 이 미소가 과연 학교에서도 이어질까? 학교에서도 이런 기회를 많이 접할 수 있을까? 유아들이 자신의 지능을 지속적으로 인정받고 계발시킬 수 있을까? 아니면 강점지능이 아닌 영역에 대해서만 평가를 지속적으로 받아 위축받지는 않을까...


가드너 역시 지능의 상대적 중요성은 동일하다고 밝히며 각 문화권마다 인정되는 능력들이 다르다고 밝혔다. 부족한 글 실력과 저경력 교사로 유아교육의 위대함을 이 글에 다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허나, 분명한 건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수능 성적이 인생을 결정짓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타인의 지능을 존중하고,

내가 가진 지능을 건강하게 여길 수 있기를,

서로를 연대하고, 포용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기를.


* 전국 국공립 유치원 교사 노조 21대 대통령 선거 유아교육 정책 요구안 발표 중

* tvn 수업을 바꿔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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