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몸이 무겁다.
추 하나를 매달고 사는 것 같다. 뱃속은 더부룩하고 눈은 시도 때도 없이 감기며 잠을 자도, 자도 부족하다. 이쯤 되면 몸이 아니라 필시 마음의 문제다. 일에 대한 압박감 탓일까? 무거운 마음이 바다깊이 닻을 내리고 있으니 몸이 가벼울 리가 없다.
이럴 때 일수록 건강한 식습관과 주기적인 운동이 필요하다고는 하나 러닝머신 위에서 네발로 길 여력도 없다. 그러다보니 생활은 ‘규칙’이라는 것에서 한발씩 멀어지며 악순환의 굴레로 접어든다.
나이 때문일까, 계절 탓일까. 체력이 예전 같지가 않다. 십년쯤 사용한 휴대폰의 배터리 같아서 방전이 무진장 빠르다. 동네 한 바퀴 걷고 오면 금방 이삼십 프로씩 닳아있다. 그렇다고 충전도 빠르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오호통재라!
하루쯤 푹 쉬면 좋아질까, 며칠을 너무 허술하게 먹었나... 별 처방을 다해 봐도 소용이 없다.
그러다 문득 옛일을 떠올려본다. 팔팔하던 대학생 때도 지금처럼 힘든 순간이 있었다. 예를 들자면 시험기간이 그렇다. 이제껏 잘 놀다가도 책장만 펼치면 푹 가라앉고 소화가 안 된다.
결코 체력소진이 원인은 아니다. 한창 드넓은 바다를 항해할 나이에 닻에 꽁꽁 묶여있기 때문이다. 하루쯤 푹 자고, 잘 논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스트레스, 만성피로, 소화불량 등의 증상은 신기하게도 시험이 끝나는 순간 깨끗하게 씻겨 내려간다. 며칠 밤을 새고 가장 지쳐있을 시기에 몸이 제일 가벼워진다니. 이에 비춰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충전’이란 힘든 일 사이사이에 짬을 낸다고 해결될 일은 아닌 것 같다. 중간에 무릎을 짚고 쉬어가는 마라토너를 본 적이 없다. 결승점에 도달한 순간의 마라토너가 가장 밝은 미소를 짓는 것처럼, 인고의 노력 끝에 얻어내는 성취감에서 진정한 의미의 ‘충전’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지... 하고,
몸도 마음도 질질 끌리는 요즘, 넋두리를 한번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