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주고 병 주고

-숙의의학 소설-

by 강용원


가족은 불가사의다. 사랑과 학대가 동의어인 기괴한 에덴동산이다. 모든 선의와 모든 죄악이 거기서 발원한다. 무조건인 자비를 행하던 손으로 무자비한 범죄를 저질러도 모순을 구성하지 않는 소도다. 이 역설은 사냥꾼이 되는 쪽과 사냥감이 되는 쪽이 비대칭 대칭구조를 이룸으로써 작동한다; 대를 물려 확대 재생산된다. 자비 가족이 인애한 이상으로 무자비 가족은 잔혹하다.


평상시 온갖 짧은소리나 작은 동작을 되풀이한다. 심하면 동물 울음소리를 내거나, 크게 정면공격을 당할 때 두 팔을 엇갈려 위로 올리는 방어 동작을 취한다. 이들이 ㅂㅇ를 찾아온 10대 초반 ㅇㅅ이 나타내는 틱 증상이다. 부모는 길고 격렬한 싸움 끝에 소송을 거쳐 이혼했다. 부모 중 일방은 소송에 ㅇㅅ를 끌어들였다. 이혼 뒤 ㅇㅅ는 양육권을 가져간 쪽에서 살 수밖에 없었다. ㅇㅅ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갈수록 심해졌다. 특히 틱 증상을 보일 때마다 ‘병신 짓’이라며 모질게 욕하고 때렸다. 아이가 이쪽저쪽을 오가며 느끼는 불안과 슬픔에 아랑곳하지 않고 부모는 신경전을 벌였다. 한쪽은 좀 더 폭력적이고, 다른 한쪽은 좀 더 포용적인 점에서 둘은 분명히 달랐지만, 정서적 안정과 행복감을 ㅇㅅ에게 능동적으로 제공해주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ㅇㅅ은 정신적으로 하루하루 말라비틀어져 갔다.


ㅇㅅ이 일으키는 불안은 집에 국한되지 않았다. 학교에서도 상황은 같았다. 부모 욕하는 인터넷 동우회로 패거리를 이룬 아이들도 거대한 폭력이었다. 교사 또한 부모에 버금가는 폭력이었다. ㅇㅅ는 도처에서 밀어닥치는 폭력으로 말미암아 단 한 순간도 안식을 누릴 수 없었다.


차분하게 대화하기가 어려웠다. 폭력 상황을 모면하고 도망가는 쪽으로만 모든 감각이 모여들었다. 삶을 바꾸려면 참으로 긴 시간이 필요하겠구나, ㅂㅇ는 생각했다.


욕하고 때리는 짓이 습관으로 굳어진 부모 한쪽이 연락도 하지 않은 채, ㅂㅇ를 찾아왔다. 모두 전 배우자 잘못이며 ㅇㅅ 양육은 자신의 사명이라 단호히 말했다. 그가 왜 왔는지 알아차린 ㅂㅇ가 물었다.


“그 사명감에 힘입어 폭력을 행사하나요?”


그는 펄쩍 뛰었다. 자신은 ㅇㅅ를 때린 적이 없다고 극구 부인했다. ㅂㅇ가 진부한 진실을 다시 꺼내 들었다.

“언어폭력이 더 잔혹한 폭력이라는 사실, 잘 아실 텐데요.”


그는 그조차 부인했다. 올바른 말로 훈육했을 따름이라고 못 박았다. 마침내 그가 본색을 드러냈다. ㅇㅅ를 낚아채 황황히 떠났다. 끌려가며 돌아다보던 아이의 푸른 눈빛을 ㅂㅇ는 차마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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