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의학 이야기(88)

-반제국주의 서사 의학-

by 강용원

32. 녹색의학, 그 소통 길



4. 마침내 큰 수레(大乘)

빨빨 기어 다니며 탈 없이 크던 아기가 어느 날 갑자기 열을 펄펄 끓이며 앓는다. 젊은 엄마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른다. 할머니가 웃으며 말해준다. “아유, 우리 강아지가 걸으려나 보다!” 아기는 앓고 난 뒤 영락없이 걸음마를 시작한다. 온 가족이 함께 아기 한걸음 한걸음에 환호하며 행복감에 싸인다.

아기 열병과 걷기 사이에 어떤 의학적 인과가 존재하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질병 자체를 환호 대상으로 이해하는 일은 아무래도 이상하지만, 질병을 삶 큰 맥락에서 해석함으로써 지혜를 얻고 행복을 예감하는 일은 하등 이상하지 않다. 질병을 두고 어떤 자세를 취하는가에 따라 인간은 사뭇 다른 결로 삶을 산다. 삶 한가운데서 일어나는 모든 질병은 질병을 앓는 사람과 그를 치료하는 사람과 그를 돌보는 사람을 함께 깨달음으로 이끄는 큰 수레(大乘)임이 틀림없다. 우리가 그 큰 수레를 보지 못한 채, 각기 괴로움과 시큰둥함과 마지못함으로 허정허정 걸어갈 따름이다.

바야흐로 한 생각 크게 돌이킬 때가 왔다. 질병 인식 패러다임 전체를 뒤집어엎어야 한다. 인류가 당면한 생명 위기는 창궐하는 질병 탓이 아니라 백색의학이 질병을 잘 못 인식하고, 거기 터 하여 치료 약이랍시고 뿌려대는 화학합성물질 때문이다. 이제 질병은 백색 독극물로 때려잡을 적이 아니다. 인류 구원 서사를 실을 큰 수레다. 이 큰 수레를 끌 주체는 백색 요법 포르노와 독극물을 거절한 질병 인민이다. 만국의 병인이여, 연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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