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보조 이야기 125

-허울 대한민국 부역 서사-

by 강용원

반제국주의 의학 서사 38


코 인간학

몸은 코다

남자 사람 몸에는 입·눈·귀·코·미주알(항문)·오줌길(요도) 아홉 개 큰 구멍이 있다. 물론 여자 사람 경우는 질이 있으므로 한 개가 더 많다. 이 구멍들은 각기 필요에 따라 제멋대로 뚫려 있는 게 아니다. 소화기관을 기축으로 해서 입·눈·귀·코는 위쪽에, 미주알·오줌길·질은 아래쪽에 배치되어 있다. 결국 몸은 대롱이다. 위쪽에 난 구멍은 외부에서 내부로 무엇인가 받아들이는 기능과 관련을 맺는다. 아래쪽에 난 구멍은 내부에서 외부로 내보내는 기능과 관련을 맺는다. 코와 질은 예외다.

코는 받아들이고 내보내는 일을 쌍방향으로 한다. 하여, 교대이긴 하지만, 항상 열려 있다. 여닫음이 가능하거나 차단 막·근육을 지니는 다른 구멍과 차이가 있다. 부단한 소통을 위해 늘 자신을 비우는 허령(虛零)한 존재가 바로 코다.


코는 입·눈·귀 중앙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이들과 모두 관계를 맺는다. 다만 관계를 맺는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로 후각은 감정과 기억을 통해 미각·시각·청각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후각 없이는 제대로 된 몸 소통이 어렵다. 늘 열려 있어 쌍방향 작용을 하는 코를 통해 외부 세계와 끊임없이 소통함으로써만 몸은 살아 있는 몸이다. 코는 몸 소통 허브(hub)다. 코는 몸이다. 아니, 몸은 코다.

맘은 코다

인간 맘은 어디, 그러니까 몸 어느 부분에 깃들어 있을까? 서구의학은 당연히 뇌에 있다고 한다. 물론 아니다. 한의학은 심장에 있다, 즉 심주신명(心主神明)이라 한다. 물론, 아니다. 맘은 몸 뇌· 심장을 포함한 모든 장기와 조직, 나아가 세포 하나하나, 마침내 장 점막 바깥 미소 생명체가 서로 마주하는 가장자리에 있다. 좀 더 정확히는 이 가장자리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 즉 사건으로 존재한다.

맘이라는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이 뇌와 심장이라는 사실은 상식이다. 그동안 서구의학은 심장을 등한히 했다. 한의학은 뇌를 등한히 했다. 요즘은 심장-대뇌계라는 말로써 이 두 기관 융합을 나타낸다. 이 심장-대뇌계만큼이나 중요한 맘 장(場)이 둘 더 있다. 피부·소화기관[장(腸)]이다. 그리고 간·심·비·폐·신의 5장(臟) 역시 맘 사건 중요한 계기다.


<6. 제국주의 백색의학은 본말 전도다>에서 이미 태초 생명이 피부에서 시작하여 소화기관-5장-뇌로 진화해 오는 과정을 밝혔다. 맘은 피부 생명 단계적 진화 과정이 빚어낸 정보·지식·사유·영성의 중층 시스템이다. 맘은 특정 장소에서 일방적으로 생성되고, 저장되는 무엇(being)이 아니다. 생명 총체적 상호 운동(doing) 그 자체다. 맘이 비대칭 대칭을 본령으로 지닐 수밖에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 비대칭 대칭 자리, 그러니까 피부·소화기관·5장·뇌가 상호 운동하기 위해 마주한 가장자리들이 겹친 시공에 코가 있다. 코는 피부 맘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다. 그렇다. 맘은 코다.


몸·맘은 코다

몸은 몸이고 맘은 맘이다. 몸은 몸만의 몸이 아니다. 맘은 맘만의 맘이 아니다. 몸은 맘‘의’ 몸이다. 맘은 몸‘의’ 맘이다. 어느 찰나 몸은 맘이다. 어느 찰나 맘은 몸이다. 몸과 맘은 온전히 포개지지 않는다. 몸과 맘은 온전히 쪼개지지 않는다. 몸과 맘은 둘도 아니고 하나도 아니다. 몸과 맘은 서로 걸림 없이 넘나든다. 이 마주 가장자리에 바로 코가 있다. 몸·맘은 코다. 인간은 코다.


★ 몸·맘이라는 표기는 몸과 맘을 한꺼번에 담아낼 수 있는 아래아 표기가 인식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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