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전원생활

-숙의의학 소설-

by 강용원


“몸 병은 아무리 하찮아도 병으로 인정해 신속하게 치료한다. 마음 병은 아무리 심각해도 병으로 인정해 신속하게 치료하려 들지 않는다. 이게 우리 사회 일반적인 질병 인식 수준이다. 누가 우울증이다, 하면 정신력이 나약하다느니 호강에 겨워 그렇다느니 입찬소리 쉽게 해버리는 풍경은 우리에게 아주 익숙하다. 요즘은 조금 다른 버전으로 마음 병을 홀대한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다, 약만 먹으면 금방 낫는다, 가 바로 그런 bullshit이다. 이런 협공 탓에 우리 사회에서 우울장애 환자가 상담 치료 받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_ㅂㅇ의 글 중에서


나는 이미 오랫동안 서울대병원에서 우울장애 약물치료를 받아온 여자 사람이다. 담당 의사 말이 아니더라도 나 스스로 느끼고 겪는 병적 상태가 만만치 않았다. 이런 식 약물치료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해 틈나는 대로 교보문고나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마침 숙의 치료자 한 사람을 발견하고 메모해두었다. 얼마 뒤, 대학 동기 소모임에 참석했다가 우연히 같은 사람을 소개받았다. 나는 인연이라고 생각해 서둘러 ㅂㅇ 선생을 찾아갔다. 그는 초군초군 우울장애 전반과 통합 치료 계획을 설명했다. 나는 희망에 부풀어 집으로 돌아왔다.



금방이라도 무슨 결단을 내릴 듯했던 첫날과 달리 다소 힘 빠진 표정으로 다음 날 ㅅㄱ이 나타났다. 당분간 침 치료만 하겠다고 했다. 나는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직감했다. 그다음 날 와서는 남편이 시골로 이사 가자, 말했다고 했다. 내가 놀라서 물으니 그제야 상세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우울증은 조용하고 공기 맑은 시골로 내려가 전원 생활하면 낫는 병이라고 우깁니다. 숙의 치료하고 한약 복용하겠다고 했더니, 돈이 남아도냐, 하면서 펄펄 뜁니다. 아무래도 선생님께 통합 치료 받기는 힘들지 싶습니다.”


긴 한숨을 내쉬는 ㅅㄱ에게 나는 가만가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침마저 맞으러 오지 않았다. 아니, 그러지 못했음이 틀림없다. 정말 이사 갔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 뒤, 우연히 안 사실은 가벼운 어깨 근육통임에도 심각한 표정으로 신근하게 침을 맞으러 오던 남자 사람 하나 있었는데 바로 그가 그 남편이었다는···.

이전 16화법원에서 오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