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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용원 May 17. 2024

나나보조 이야기 236

-허울 대한민국 부역 서사-

숲이 반제국주의 통일전선 주축이다3  


        

관악지리산    

 

1,000m 넘는 용문산을 마지막으로 ‘산행’에 해당하는 숲 걷기를 멈춘다. 더 가면 숲과 소통하고자 하는 본디 목적과 맞지 않을 수 있겠다, 싶어서다. 홀가분하게 다녀올 수 있는 길을 고른다. 마을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서 까치 능선까지 간 다음, 생태 다리 두 개로 관악산과 연결해 놓은 길을 따라 숲 깊숙이 들어간다.

    

걷기 쉬운 데다가 계곡 물소리가 들려 좋기는 하나 시끄럽다. 산악회 무리가 지나가면서 숲 전체를 흔들어 댄다. 날카로운 신라 사투리는 특히나 귀에 거슬린다. 서둘러 능선에 올라 얼마쯤 걷다가 마당 바위를 지나자마자 길인지 아닌지 구분이 잘되지 않는 소로로 접어든다. 얼마 가지 않아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래, 이런 숲이어야 한다! 사위가 고요에 잠기자 비로소 내 몸과 공생하는 미소 생명들이 숲 생명들과 나누는 속삭임이 들려온다. 살짝씩 길을 잃어가며 걷는데 물소리가 들려온다. 홀린 듯 다가가 물과 놀며 옮아가다 보니 또 길이 아니다. 애써 길을 찾고는 다시 물에 홀린다. 손 넣어 만지고, 한 움큼 떠먹고, 야릇한 충동에 휘감기며 이리저리 물길을 감듯 넘나들어 헤매며 나아간다.    


 

인적 없는 상태로 한참 내려오던 중 홀연 인기척을 느낀다. 수풀에 가려져 있다가 모습을 드러낸 인상 좋은 남자 사람 하나가 개울 건너편 바위 위에서 나를 바라본다. 눈길이 마주치자, 그가 묻는다. “정상 쪽에서 내려오시는 길입니까?” 내가 그렇다고 하자 그가 말한다. “대단하시네요!” 등산화조차 신지 않고 평상복 차림으로 산 타는 늙은이 모습을 보고 그리 말했으리라. 내가 말한다. “이 길 참 좋습니다.” 그가 답한다. “여기가 아는 사람 거의 없는 관악산 속 지리산입니다.” 과연 그렇다 싶다. 불과 몇백 미터 떨어진 곳에 서울대학교 교정이 우람하게 펼쳐진다. 나는 학생도 교수도 이 비밀스러운 골짜기 드나들기를 바라지 않는다. 저들 정신과 육체가 이 숲에서 무엇일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숲을 나와 강감찬 탑에 합장하고 거리로 들어간다. 한참 돌다가 비교적 큰 골목에 왜 보지 못했을까 싶게 떡하니 있는 추어탕집으로 들어선다. 어이쿠, 여기도 신라 사투리가 낭자하다. 물경 큰 소리로 식사 기도까지 한다. 삼삼오오 둘러앉아 부역 정권 찬양하며 와글거린다. 나는 애먼 막걸리 맛이나 탓하다가 휭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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