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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용원 May 20. 2024

나나보조 이야기 238

-허울 대한민국 부역 서사-

숲이 반제국주의 통일전선 주축이다5  


        

다시백악 단상   


  

비 내리는 일요일에는 꼼꼼히 계획 짜서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다. 그냥 집에 있지는 않을 테지만 작정하고 숲으로 향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냥 나서서 시시각각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간다. 그렇게 해서 두 달 보름 전 백악 남쪽 숲을 빗속에서 걸었다. 오늘 나는 다시 비 내리는 일요일 아침 그렇게 백악 남쪽 숲을 걸었다. 지난번보다 더 많이, 그리고 끝까지 비가 내려서 우산을 펴들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 

    

삼청동 금융연수원 맞은편 진입로로 들어가 청와대 전망대를 거꾸로 돌고 백악2교, 백악1교가 놓인 작은 계곡을 지나 삼청공원으로 나왔다. 이슬·가랑 수준 넘는 비 덕분에 숲을 걷는 내내 단 한 사람과도 마주치지 않았다. 숲에 홀로 있을 때 깃드는 느낌 없는 느낌은 도저한 역설을 지어낸다. 초월과 내재, 그 칼날 경계를 찰나로 걸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천천히 한껏, 수시로 우산을 벗어나며 노닐다 홀연 닥친 한 생각. 

    

“제의와 음모는 비대칭 대칭이다.”  

   

신성한 제의든 사악한 음모든 전지전능한 존재가 없는 한, 발단부터 기획이 개입하고 치밀하게 구성해서 목적에 완전하게 도달하지는 못한다. 비 인과적인 어느 찰나 비수처럼 의미가 꽂히면 심신·내외 세계가 합일해 소름 돋는 서사와 풍경을 창조해 낸다. 제의가 일으킨 유연 실재가 생명 팡이실이다. 음모가 일으킨 강경 허구가 제국이다. 제의가 스러진 세상에서는 음모가 논리와 과학을 전유하면서 대놓고 권력을 행사한다.    

 

제의는 음모 일극 집중구조, 그러니까 제국주의에 맞서는 혁명 운동이다. 앵글로아메리카 제국 중첩 식민지인 대한민국에서 충실하게 마름 짓하는 부역 정권, 그 어둠을 향해 자비로운 빛 제의를 집전하는 일은 강력하지 않으나 강인한 타격이다. 두 번째 백악 숲에서 나는 빛 제의 의식에 배어드는 순간을 맞았다. 권력 지성소를 발아래 두고 여덟 자 참소리로 자비 제의를 집전했다. 한 번뿐이라면 제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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