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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용원 Aug 15. 2024

광복79

[사진/김용관]


보스가 누구냐에 따라 조직 성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어맹뿌가 대한민국 정부 보스였을 때 현저하게 드러냈다. 그 이후 모든 공무원은 “토건”형 공무원이 됐다. 한의원을 꾸려나가면서 요즘처럼 각종 신고, 교육, 점검 나부랭이로 시달리는 일은 바로 그때부터 일어났다. 의료기관에 부여하는 사회 위치상 정말 필요하다고 여겨지도록 명분을 세우고 기획해 시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무슨 이득이 돌아오는지 정확히 인식하는 영악한 공무원 잔머리가 쏟아내는 온갖 토건 공문으로 편할 날이 없다. 저들이 지시하는 내용은 영세한 마을 한의원에는 사실상 해당 사항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강도는 날로 높아진다. 제도를 바꾸면서 새로운 기기를 매입해 비치하도록 강제하는 경우는 비용마저 발생한다. 한의원에서 그 비용을 치를 때, 공무원에게는 어떤 이득이 발생하는지 삼척동자도 다 안다.  

    

더 큰 걱정이 들이닥쳤다. 굥서겨늬가 대한민국 정부 보스인 오늘, 모든 공무원은 식민지 시절 칼 찬 부역 공무원이 되어가는 중이니 말이다. 그동안 수많은 기관장 자리 비워 국정을 마비시키더니 이제 대놓고 특권층 부역자 토착 왜구들을 거기 앉혀 나라 말아서 대일본제국에 다시 바치고 있다. 물론 궁극 이익은 USA 제국이 가져갈 테지만 일단 왜놈들이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판이니 차마 눈 뜨고는 보지 못할 비극이다. 이럴 줄 빤히 알면서도 자중지란으로 정권을 내준 패거리가 더 눈꼴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요즘이다. 변두리 늙은이라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이렇게 구시렁대기나 할 뿐이다. 그러나 걱정만은 참으로 큰 걱정이다. 생명으로 태어나서 고맙다가도 대한민국 무지렁이 부역자로 살아가기가 너무나 참담한데 나라가 망해가는 꼴을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바라만 봐야 하니 이 무슨    

 

제10대 조선 총독이 특권층 부역자들을 대거 등용해 광복 역사를 삭제하고 내선일체로 되돌림으로써 기어이 광복절을 망가뜨리고 말았다. 그 주제에 왜 무슨 광복절 기념식을 한다는 것인가. 이런 정신 나간 자들이 일류로 주류로 준동하는 사회에서 나는 오늘도 진료소 문을 열고 앉아 있다. 대체 내가 누구를 무엇을 치료한다는 말인가. 아픈 몸 치료해 놓으면 그 건강함으로 일제에 부역하는 행동이나 할 텐데 말이다. 세상 이치가 그렇게 단순할 리는 없으니 묵묵히 침 보듬고 기다리지만 형언할 수 없는 모멸감을 어찌할 길 없음 또한 이치다. 의자로서 각성한 무지렁이 부역자로서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내면 덜 부끄러울까. 늘 그랬듯 찾아오는 환자가 거의 없으려니 하고 위안을 삼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래. 냉방기 터보로 작동시키고 심호흡하고 가슴 펴고 정색하고 내 날을 맞이하는 거다. 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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