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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진실

by 강용원

중학교 때 배웠을까, <사월의 노래>. 해마다 사월이면 <망향>과 더불어 흥얼거리곤 하는 노래다. 그 가사에 나오는 ‘목련’은 우리가 도시 한가운데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하얀 목련이다. 이 하얀 목련이 우리가 ‘목련’ 하면 떠올리는 표준 심상으로 굳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요 몇 해 숲 걷기 하며 풀과 나무를 공부하는 동안 목련에 대해 몰랐던 진실을 알게 되었다.


백목련

이 하얀 목련, 그러니까 백목련은 중국산 개량종이다. 같은 모양이면서 꽃잎 안쪽은 희고 바깥쪽은 자주색인 자주목련, 꽃잎 안쪽은 연한 자주색이고 바깥쪽은 자주색인 자목련 또한 중국산 개량종이다. 흔히 보지는 못하지만, 꽃잎이 10~30개가량 달리며 한껏 벌어지고 갈라져 피어 어쩐지 어수선해 보이기까지 하는 별목련마저 중국에서 건너온 이를테면 외래종이다.


자주목련 [사진//꽃지기의 꽃 누리]

자목련 [사진//꽃지기의 꽃 누리]


별목련 [사진//꽃지기의 꽃 누리]


한라산이 고향인 본디 목련, 그러니까 어떤 수식어도 붙지 않은 “목련”은 오히려 흔히 볼 수 없다. 별목련과 전체 모양이 비슷한데 꽃잎 수가 많지 않다. 6개인 경우가 보통이다. 백목련을 보다가 이 목련을 보면, 어딘가 허전하고 덜 ‘섹시’하다. 모르는 상태에서 처음 보았을 때, 그러나, 나는 이 꽃이 장미에 찔레꽃 같은 존재임을 직감했다. 질박고졸(質朴古拙) 그 자체.


“목련”


오늘 출근길 새벽 숲에서 뽀얀 낙화 한 닢을 보고 깜짝 놀란다. “목련”이 아닌가. 수없이 지나다녔으면서도 거기 “목련”이 있는 줄 몰랐다는 사실에 더 놀란다. 아직은 어둑한 새벽하늘을 올려다보니 과연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바쁜 출근길이지만 지금 놓치면 여기서는 다시 보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싶어 비탈을 비틀거리면서 타고 올라 스마트폰에 담는다.

오늘 아침 "목련"

오늘 아침 "목련"


오늘 아침 "목련"


숲을 걸을 때 순간순간 마주치는 경이로움, 그러니까 자연 미학에 빙의되면 어떤 중독도 미칠 수 없는 매혹으로 빠져든다. 나는 거대한 무엇을 경외하지 않는다. 이렇듯 작디작은 사태와 사물과 생명 앞에서 고개 숙이고 무릎 꿇는다. 내 몸은 숲에서 노래가 되고 그림이 되고 시가 되고 연극이 된다. 예술은 전문가 아닌 평범한 사람 일상 각성에서도 능히 창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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