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의 합의로 결심하는 결혼과는 달리,
이혼은 일방의 결심만으로는 시작이 어렵다.
만약 둘의 이혼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소송까지 갈 필요 없이
재판 종결까지의 긴 시간적, 비용적 소모 없이 합의서 한 장으로 결혼 종료가 가능하다.
나의 경우, 이혼에 대한 시점과 재산분할에 대한 입장차이가 커 서로 합의를 못하고
소송을 하게 된 경우이다.
특히, 나의 경우는 2022년에 상대방으로부터 이혼소송 소장을 받게 되었는데 이 시기가 참으로 어이없는 게
부동산 폭등 기였다는 점이다. 2020년부터 별거에 들어가게 되었고, 별거시점부터 이혼 얘기가 오간 터라
상대방과 서면으로 이혼합의서를 작성해 두었다. 결혼 생활 중 내 명의로 된 아파트 2채와 오피스텔 1채가 있었는데
상대방이 결혼생활 1년 차에 돌연 잘 다니고 있던 대기업 퇴사를 선언하며 공기업으로 이직 준비를 할 것이니 무조건
동의하라는 일방적인 통보였다. 이 기간에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계약하였는데, 이때는 부동산 규제 등으로 대출
한도가 많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고, 더군다나 무직인 남편이름으로 대출은 상황이 안되었고 전부 내 명의의 개인 신용대출과
주담대를 통해 잔금을 친 상황이기에 2020년 별거 시작 시에는 남은 대출에 대해 상대방 본인 책임 없고, 상대방은
가장 현금이 많이 들어갔고, 월세수익이 나오는 오피스텔만 본인 명의를 주장했던 터라 그러자고 서면으로 합의를 하였다..
이미 부부로서의 책임과 의무, 서로에 대한 사랑보다는 헤어진 이후에 본인이 안게 될 채무와 수익률만 계산하는 시점을
마음으로 마주한 순간이었다.
그때는 그 서면합의서가 최종합의서가 될 줄 알았고, 이혼에 대한 합의서가 있으니 언제든지 최종 신고만 하면 될 줄 알고
바쁜 일상에 이혼신고는 뒷전으로 밀어놓고 감정을 추스르는데 집중하고만 있었던 시간이었다.
2년 뒤 추가로 입주하는 아파트의 자금 계획을 세우던 중 상대방이 부모님과 합가 중이라 세대 내 주택수 포함여부가
문제가 되어 서류상 이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상대방에게 원하던 오피스텔 명의 이전을 해줄 테니
필요한 서류를 얘기하라고 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어이없게도 오피스텔 필요 없고 아파트 한 채를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2022년은 부동산 폭등 기였고, 기존 시세 대비 2배 가까운 가격이 뛰었다.
이에 상대방은 돌연 합의서 무효를 주장하고 소송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꾸역꾸역 대출금 이자내고 원금 갚으려고
전기세도 아껴가며 살던 나는 헛웃음이 나왔지만 상대방 입장은 강경했다.
아파트 주는 걸로 합의를 다시 해야 하고 하지 않으면 소송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서면 합의서를 갖고 있던 터라 해볼 테면 해보라고 했고 본인이 무직으로 있었던 약 1년여 이 기간에 내 앞에서 가장으로 역할을
못해 미안하다고 눈물 흘리던 그 사람이 맞는가 싶은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집 대문 앞에 붙은 등기 스티커를 보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한여름 태양에 주차비 아낀다고 대중교통 타고 분양사무실만 수차례 방문하고 0.1프로 싼 이자로 대출해 주는 은행 찾아
동동거리던 시간들에 대해 얘기할 때마다 공감은커녕 집값 거품론으로 나를 공격하던 사람이었다.
등기 스티커에는 말만 들어도 무서운 법원이라는 두 글자가 찍혀있었고
직장인이라 집에서 우체국 아저씨를 맞을 수 없었던 나는 소장을 받기도 쉽지 않았다.
소장은 본인이 아니면 전달이 안된다. 경비실에 맡겨주세요가 안된다..
3회 정도의 우체국 배달부의 방문에도 불구하고 주인에게 갈 수 없는 소장은 관할 우체국에 맡겨지고
우체국 영업시간 내에 본인이 신분증을 들고 직접 찾으러 가야 한다.. 직장인은 최소 반차를 쓰고 우체국까지
가야 한단 소리이다.
2022년 5월의 푸른 날 처음 가본 동네 우체국에서 그렇게 소장을 받아 들었다.
피고인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