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02.
캄캄했던 방 문이 덜컥 열린다.
갑자기 닥친 어스름한 불빛에 눈이 얼얼하다.
곧이어 반대쪽 문도 덜컥 열린다.
'오늘이 그날인가 봐.'
나와 방 안에 있던 친구들은 모두 벌벌 떨었다.
누구든 이 방에서 나가면 꽤 오랜 시간 돌아오지 못했다.
남아있는 자들의 걱정이 점점 커져 터져버릴 때쯤
지금처럼 문이 벌컥 열리고 어딘가 좀 변한 듯한 모습을 한 채 돌아오곤 했다.
"뭐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남아있던 우리는 궁금증을 풀고 싶어 물어봤지만
돌아온 자들은 말이 없었다.
그저 멍하게 있을 뿐이었다.
가끔은 "피....", "뜨거워....."등등의 말을 내뱉기는 했지만
그 말로는 밖에서 있었던 일을 도무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방문을 양 옆으로 활짝 연 검은 옷의 사람은 여느 때처럼 천천히 우리를 둘러봤다.
곧 검은 옷의 사람의 억센 손이 방 안으로 쑥 들어왔고
우리들 중 누군가를 들어 올렸다.
자기 눈높이까지 들어 올린 후 이리저리 돌리며 살펴보더니
"넌 너무 뚱뚱하다."라며 다시 방으로 돌려보냈다.
"입술이 너무 두껍네."
"음, 다리가 좀 짧은데?"
"넌 발이 너무 커서 섹시하지 않아."
이런저런 말로 우리를 평가하던 검은 옷의 사람의 손이 갑자기 내 앞에서 멈춰 섰다.
나.... 난가?
두려움에 몸이 떨렸다.
난 키만 컸지 다리도 짧고 입술도 도톰하지 않아 별 매력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를 고를 리가.
아니다. 나였다. 이번엔 나였다.
두려웠다.
이 방을 나가면 무슨 일이 생길지.
전에 이 방을 나간 이들처럼 그렇게 돌아오게 될지.
검은 옷의 사람은 나를 들어 올리더니 가뿐하게 식탁 위로 올려놓았다.
여기가 어디지? 곁눈질로 힐끔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어? 누군가가 있다.
꽤 키가 크다. 피부색도 섹시하다.
쭉 뻗은 목이며 온몸의 곡선이 아름답다.
나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매력적인 모습이다.
검은 옷의 사람이 이번에는 다른 누군가를 데리고 온다.
온몸이 접혀있었는지 옅은 마찰음과 함께 그의 팔이 펴진다.
점점 더 내 옆의 누군가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이게.... 이게 뭐야!
지금 내 눈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뭐지?
섹시한 피부색과 큰 키를 가지고 있는 자의 머리가죽이 벗어진다.
그리고, 정수리에 날카로운 뭔가가 꽂히더니
머리가.. 머리가... 머....ㄹ....ㅣ
두려움에 몸이 떨려왔다.
다리가 후들거려 똑바로 서 있기가 힘이 들었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머리가 벗어진 자를 나의 곁으로 데리고 왔다.
후욱! 깊은 향이 콧속을 파고들었다.
순간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정신 차려! 나는 돌아가서 내가 보고 있는 지금 이 상황을 친구들에게 알려줘야 해.
똑똑히 보고 기억해!
아니, 나는 더 이상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기억하고 싶지 않다. 기억을 하기 싫다.
"꼴꼴꼴꼴"
내 안으로 머리를 잃어버린 그 누군가의 피가 천천히 쏟아져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