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번외 01.

by 사유경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가 싶더니 내 방으로 빼곡 빛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강한 빛은 아니지만 그동안 캄캄했던 방인지라 그 빛조차 눈이 부시다.

찡그리고 있는 사이 그 사람이 나를 방 밖으로 꺼낸다.


어디 가는지, 뭘 하려는 건지, 설마 또 그 짓을 해야 하는지 물어볼 틈도 없이 꺼내진 나는 식탁에 올려진다.

눈을 깜빡거리며 희미한 불빛에 눈을 적응시키자 내 옆에 누군가가 있는 게 보인다.


'누구지?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누 ㄱ......."

말을 걸어보려는 순간 그 사람이 나를 일으켜 세우고서 한쪽 팔을 쭉 뻗게 한다.


뭐야?! 또야? 또 그래야 한다고?

갑자기 분노와 함께 짜증과 울분 그리고 분노가 마구잡이로 뒤섞어 가슴이 터질 듯하다.


"싫어! 싫다고! 하지 말라고!"

아무리 소리를 쳐도 그 사람은 내 말은 들리지 않는 듯 여전히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겠지.

그리고 늘 그랬듯 나를 통해 자기만족을 얻겠지.


나는 뻣뻣하게 팔을 편 채로 내 옆에 있던, 누구인지 궁금했던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벌어진다.

내 손을 스쳐간 누군가의 머리 가죽에 상처가 났다.


그 사람은 다시 한번 나를 꽉 잡더니 한 번 더 머리를 쓰다듬게 했다.

몇 번의 쓰다듬는 행위가 끝나자 머리 가죽이 완전히 벗겨졌다.


이제 다음 동작으로 넘어가려나? 두려움에 숨이 가빠졌다.

싫다. 머리를 쓰다듬어 가죽을 벗겨 내는 행위보다 더 싫다.

가쁜 숨을 가다듬으려 숨을 크게 들이쉬는 순간.


그 사람이 손이 나의 다른 팔을 펼쳤다.

이제 시작이군. 앞으로 다가올 고통에 눈을 찔끔 감았다.


그 사람은 나의 팔을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내가 머리가죽을 벗긴 누군가의 정수리에 꽂아 넣었다.


아앗! 커다란 돌덩이에 부딪힌 것 같은 통증은 몇 번을 겪어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그저 아프고 불쾌할 뿐이다.


그 사람의 손에 의해 내가 뱅글 돌아간다.

그러자 정수리에 좀 더 깊게 박힌다.

한 번 더 뱅글.

조금 더 깊게.


몇 번의 반복 끝에 그 사람이 만족할 만한 깊이까지 들어갔나 보다.


어지럽다. 그리고 답답하다.

얼른 벗어나고 싶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저 다음 동작을 기다릴 뿐이다.


지금이다.

그가 내 허리를 접더니 정수리 아래 어딘가 톡 튀어나온 부분에 단단히 걸쳐낸다.

그리고 내 허리를 꽉 잡은 채 정수리에 꽂인 내 팔을 세게 잡아당긴다.


아, 아프다.

너무 고통스럽다.

팔도 허리도 끊어질 것 같다.


다시 한번 더 잡아당긴다.

끼익. 끽.

소름 끼치는 소리가 온몸에 덮인다.


"퐁!"


행위가 끝났음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사람은 나를 붙잡고는 나에게 붙어있는,

내가 여전히 누군지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일부를 코 끝에 갖다 대고 크게 숨을 들이쉰다.


"음~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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