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나는

by 사유경

이제 다 끝난 건가?

그 남자의 모든 행동이 멈췄다.

나는 그저 머리가 아플 뿐이었다. 아프다는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웠지만 아프다는 말 밖에 다른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 그리고 허전하다.

내 머리가죽이 사라진 것처럼 허전하고 춥다.


뭐지? 갑자기 그 남자가 또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 끝난 게 아니었어? 이번엔 또 뭔데? 뭘 더 하려는 건데?

그 남자는 허전해진 내 머리를 손가락으로 쓰윽 훑더니 내 목덜미를 우악스럽게 붙잡았다.

그리고 다른 손을 쓰윽 내려 내 허리춤을 잡았다.

나를 처음 만난 그때처럼.

역시나 그때처럼 소름이 끼쳤다.


나를 잡고 서서히 기울인다. 식탁에 거의 눕힐 듯이.

"똘똘똘똘" 어디선가 청아하고 구슬픈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점점 기억이 아득해진다.

내 기억의 마지막이 될 그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오~ 이 와인 향이 제법인데?

오늘 선택 아주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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