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일보 춘하추동) 하마평의 계절

by 제주일보

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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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비(下馬碑)는 조선시대 궁궐이나 종묘, 향교, 성균관, 지방관청 등 주요 기관의 대문으로부터 일정거리가 떨어진 곳에 세웠던 비석이다. 거기엔 ‘대소인원개하마(大小人員皆下馬)’란 문구가 적혀 있다. ‘큰 사람이든 작은 사람이든 모두 말에서 내리라’는 뜻이다.



여기서부터는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든지 말에서 내려 걸어 들어가라는 일종의 표지판인 셈이다. 관리의 지위에 따라 1품 이하는 10보, 3품 이하는 20보, 7품 이하는 30보 거리에서 내려 걸어갔다고 한다. 말과 더불어 그 시대 또 하나의 교통수단이었던 가마도 마찬가지였다.



▲한데 당시 말이나 가마에 상전을 태워온 마부나 가마꾼들은 상전이 관아에 볼일을 마치고 올 때까지 무료하기 짝이 없었다. 해서 상전을 기다리는 사이 그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잡담을 나눴다. 이러쿵저러쿵 세상 돌아가는 얘기 등 별의별 게 다 나왔다.



그중 그들의 상전 대부분이 벼슬아치이다 보니 승진, 좌천 따위의 인사와 관계된 뒷담화가 늘 화젯거리였다. 즉 상전이 하마(下馬)한 이후 상전에 대한 평(評)을 늘어놓는 게 가장 재미있었던 거다. 그래서 나온 말이 관리의 인사에 관한 세간의 풍설(風說)을 의미하는 하마평(下馬評)이다.



▲그 뒤 하마평은 일상 용어로 굳어졌다. 그리고 지금은 새 대통령 당선이나 정부 내각 개편 등이 있을 때 누가 어느 자리에 임명된다는 등과 같이 항간에 떠도는 소문을 가리키는 말로 쓰있고 있다. 각종 선거의 출마 예상자들도 ‘하마평에 오르내린다’는 표현을 한다.



하마평이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건 인사뚜껑을 열면 대개 하마평이 돌았던 인물 중에 낙점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마평은 주로 인선이나 검증 과정에서 밖으로 새나간다. 때론 인사권자가 여론을 떠보기 위해 슬쩍 흘리기도 한다. 자천으로 올리는 경우도 없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임기 5년을 함께할 진용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차기 정부의 요직 인선에 벌써부터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그 과정서를 총리를 비롯한 초대 내각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이 전임 정부의 인물을 교체해야 해서다.



이에 따라 대선 승리에 일조한 제주 인맥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첫 주자로 캠프에서 정책을 총괄했던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입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바야흐로 하마평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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