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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일보 Jul 10. 2024

‘문자 읽씹’

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모바일 메신저는 스마트폰으로 무선 인터넷망을 이용해 문자ㆍ파일·음성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가리킨다. 스마트폰으로 다운로드 받아 설치한 뒤 자신의 전화번호부에 등록된 상대방과 채팅하듯 이용하면 된다.




편리성과 경제성, 익명성 등으로 빠르게 보급돼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그중 러시아 태생의 두로프 형제가 2013년 공동 개발한 텔레그램은 암호화 기술을 기반으로 강력한 보안 성능을 자랑한다. 매월 9억명의 이용자가 소통하고 있는 글로벌 메신저 앱으로 각광받고 있는 이유다.




▲모바일 메신저가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그에 따른 신조어이자 속어도 생겨났다. ‘읽씹(읽고 씹기)’과 ‘안읽씹(안 읽고 씹기)’이 바로 그것이다. 각각 문자 메시지 따위를 읽고 답장하지 않는 것과 읽지 않고 답장도 안 하는 것을 뜻한다.




둘 다 무언가 묻거나 요구하는 등 대답이 필요한 메시지를 보냈을 때 답이 없는 걸 말한다. 하지만 문자를 읽고 답을 하지 않는 것과 아예 읽지 않고 답을 안 하는 건 분명 다르다. 그런 점에서 ‘읽씹’은 고의라는 전제하에 무시와 거부의 의미가 강하다.




▲최근 때아니게 ‘읽씹’이란 속어가 국민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국민의힘 새 대표를 뽑는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김건희 여사의 문자를 무시했다는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어서다.




그 내용은 지난 1월 중순 김 여사가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는 의사를 한 후보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로 전달했지만 한 후보가 이를 묵살했다는 게 주된 골자다. 당시 김 여사는 이런 취지의 메시지를 다섯 차례 보냈으나 한 후보는 읽기만 하고 모두 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데 대통령 영부인과 지난 4·10 총선을 총괄했던 여당 비대위원장 간 ‘문자 읽씹’ 논란이 뒤늦게 수면 위로 불거지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대화 내용 공개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지라, 전당대회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그 배경과 의도 등 여러 의문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 과정에서 당대표 후보 진영 간 비방전이 격해져 여당이 자중지란에 빠지는 모양새다. 야당은 반면 국정농단까지 언급하며 특검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갈등이 지속될 경우 반사이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과연 그 끝은 어디일까. 여러모로 시끄러운 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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