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불수호란행(不須胡亂行)
금일아행적(今日我行跡)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눈 내린 들판 한 가운데를 걸어갈 때는 발걸음을 어지럽게 걷지 마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뒤에 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아무도 밟지 않았던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을 가면서 뒤따라 올 후세 사람들을 위해 올바르게 걸어가야 한다는 의미다.
▲이 한시는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일으켜 왜적과 맞선 싸운 서산대사가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조선 후기의 문신 이양연의 작품이라고도 한다.
백범 김구 선생은 이 시를 애송했는데 광복 후 1948년 4월 19일 통일정부 수립을 위해 3·8선을 넘어 평양으로 갈 때 읊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청와대 여민관에 김구 선생 초상과 함께 김구 선생이 직접 쓴 이 한시가 걸려 있다.
▲요즘 ‘답설야중거’가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고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정권교체가 이뤄졌음에도 ‘임기를 끝까지 채우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이 시를 인용했다.
김 처장은 지난 16일 공수처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초대 처장으로 저 역시 우리 처(공수처)가 온전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끝까지 제 소임을 다하면서 여러분과 함께 할 생각”이라고 자신의 뜻을 밝혔다. 이와 함께 “우리 처(공수처)는 신설 수사기관으로 현재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우리 처가 작년에 좀 어지러이 걸었던 것으로 국민이 보시는 것 같아 되돌아보게 된다”고도 했다.
▲김 처장의 답설야중거, 즉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은 걷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지난해 3월 친정부 인사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現 서울고검장)을 자신의 제네시스 관용차로 모셔와 ‘황제 조사’ 논란을 일으켰던 것, 지난해 말 언론·시민단체·야당 국회의원 등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 통신정보 조회로 사찰 비난을 받은 것을 말함인가.
고발사주 수사와 관련 손준성 검사에 대한 세 차례의 체포 및 구속영장이 기각당한 후 공수처 주요 인사가 “우리는 아마추어”라고 부끄럼 없이 말한 것 또한 포함될 것이다.
김 처장은 누구도 걸어선 안 될 길을 갔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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