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중 논설위원
세대별 이혼 사유를 소개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50대는 외출하는 아내 따라나서다 이혼당하고, 60대는 살만 닿아도, 70대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이혼 사유가 된다는 것이다. 경제위기 때마다 명예퇴직자들이 늘어나고, 가정이 해체 위기에 처한 상황을 주로 묘사할 때 회자된다.
가장 소중한 것을 묻는 조사에서 남편들은 아내, 부인, 마누라, 아기 엄마, 집사람 등 ‘일편단심’이었지만 정작 배우자 인식은 달랐다. 돈, 딸, 친구, 연속극, 사우나 등을 꼽았다는 건 잘 알려진 이야기다.
근래 주위에서 일상화하고 있는 ‘황혼 이혼’은 결혼 후 오랜 세월을 함께 살다가 나이가 들어 헤어지는 걸 말한다. 우리나라에선 은퇴 시기에 몰린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에게 급증하는 이혼 추세에 따라 나온 신조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결혼한 지 30년 이상 된 1만7800쌍이 부부의 인연을 끊었다고 한다. 전년 대비 7.5%(1240건) 증가했고, 10년 전과 비교하면 2.2배 많은 수준이다.
제주지역도 지난해 전체 이혼에서 황혼 이혼이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60세가 넘은 161쌍의 부부가 이혼하기 위해 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전체 이혼의 10.8%를 차지했고, 10년 전 86건보다 갑절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언제부턴가 ‘이혼의 고장’이란 꼬리표가 붙어다니는 마당에 그리 달갑지 않은 기록임에 분명하다. 자녀들이 자립하는 시점인 데다 기대여명도 길어지다 보니 이혼 서류를 내미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한다. 특히 여성의 ‘반란’이 심하다고 하니 노년의 남편들이 유념할 일이다.
▲결혼 생활 30년 이상이면 대개 아들딸 출가시키고 마음이 허허로울 시기이기도 하다. 오랜 세월 가슴 한편에 쌓인 반목을 이해 못할 바 아니나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불통’이 가정으로까지 번진 듯해 안타깝다.
물론 주위를 보면 잘못된 선택을 청산하고, 새 가정을 꾸려 행복해 하는 이들도 얼마든지 있다. 주례사의 단골로 등장하는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의 시대는 이제 종언을 고하고 있는 것이다.
황혼 이혼이 더 이상 흠이 아닌 시대다. 집에만 붙어 사는 ‘삼식이’ 남편이라면 부부 대화의 ‘1·2·3 법칙’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1분 말하고 2분 듣고 3분 맞장구치라’는 얘기다. 일심동체라는 부부간의 세태도 끊임없이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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