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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시론-사라지지 않는 것

by 제주일보

최세린, 제주한라대학교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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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인 요즘 학생들과 매일 함께 생활하다 보니,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아도 자연스레 접하고 배우게 되어 정보통신기술 트렌드에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며칠 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인터넷에서 정보통신기술 뉴스를 살피다 아쉬운 소식을 접했다. 바로 유니텔이 오는 6월 30일로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소식이었다. 필자에게 유니텔은 바쁜 일상에 쫓겨 잊고 지내지만, 기억 한편에 고이 저장된 어린 시절의 편린으로 남은 이름이다.



유니텔은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넷츠고 등과 함께 90년대를 풍미한 대표적인 PC통신 서비스이다. 이들은 월드와이드웹 대중화 이전 전화선-다이얼 업 모뎀-을 이용해 이제는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전용 단말기를 통해 비대면 공간 경험을 가능케 해 주었다. 필자 역시 PC통신을 통해 외계와 접선하는 듯한 신비한(?) 기계음과 함께 접속된 온라인 공간에서 작게나마 세상과 소통하고 공유하는 기쁨을 경험했다. 정보통신기술은 낯선 듯해도 어느 순간 우리의 일상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국민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도 등장했듯이 PC통신은 스마트 폰에서 사용하는 이모티콘을 창조했고, 대중문화를 비롯해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자우림’ ‘언니네 이발관’ 등 밴드도 PC통신 동호회에서 결성되었고, 전지현이 톱스타가 된 영화 ‘엽기적인 그녀’ 원작도 나우누리 게시판 글이다. 또한, 전도연·한석규 주연의 영화 ‘접속’은 유니텔을 통한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임은 익히 알려져 있다.



세상에 변치 않는 것은 없다고 했던가. 하지만 시간이 흘러 쉼 없는 기술의 발달로 인해 PC통신은 넷스케이프, 파이어폭스, 익스플로러 같은 웹 브라우저에 밀려 점차 이용자를 빼앗겼다. 웹 역사를 보면, 이용자가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논문이나 뉴스 등 콘텐츠를 단순 소비하는 단계가 초기 단계인 웹1.0이다. 반면에 콘텐츠 생산에 있어 이용자 참여와 상호교류 소통이 두드러지는 단계가 웹2.0이다. PC통신의 소통, 공유와 참여의 철학이 오롯이 계승되었다. 일상에서 쓰는 검색엔진, 소셜미디어, 쇼핑 플랫폼이 웹2.0의 형태라 보면 대략 틀리지 않는다.



한편, 웹2.0에서는 플랫폼이 수익을 독식하게 되고 통제하는 등 문제점이 존재한다. 보안상의 한계 역시 발견되었다. 따라서 플랫폼으로부터 정보 소유권을 되찾자는 탈중앙화 움직임이 생겨나게 되었는데, 이것이 이른바 웹3.0의 시작이다. 웹3.0에서는 분산원장기술인 블록체인을 통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기존 웹2.0에서는 데이터를 플랫폼 중앙서버에 저장했다면, 웹3.0에서는 블록체인을 통해 참여자에게 분산 저장한다. 분산 저장된 기록은 과반수 이상 해킹되어야 위변조될 수 있다. 또한,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NFT)은 소유에 대한 인증서 역할을 해 준다. 그러므로 웹3.0은 상대적으로 보안상 안전할 수 있다.



물론 웹3.0은 마케팅 용어일 뿐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과 NFT, 글로벌 MZ세대에 큰 호응을 받는 메타버스(metaverse) 등은 기존의 그것과는 분명 구분된다. 새로운 기술 발전에 있어 늘 그랬듯이 웹3.0도 알게 모르게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사회 전반에 영향을 줄 것이고, 언젠가는 조용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웹3.0의 철학은 계속 남아 끊임없이 진화할 것이다, PC통신 유니텔처럼.


http://www.jej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9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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