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옥, 서울과학종합대학원 특임교수/논설위원
어머니가 100년을 살아내셨다. 1923년생이니 세는 나이로 100살, 만 나이로는 백(百)에서 일(一)을 뺀 백수(白壽)가 되신 거다. 만 나이 100세는 보통사람이 누릴 수 있는 최상의 수명, ‘하늘이 내려준 나이’라 하여 상수(上壽)라 부른다. 111세는 ‘황제의 수명’이라 해 황수(皇壽)라 하고, 장수를 기원할 때 쓰는 천수(天壽)는, ‘타고난 수명’으로 120세를 지칭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은 중국 청나라 때부터 중화민국 초까지 살았던 이청운(李靑雲)이다. 1677년에 태어나서 무려 256년을 살았다. 1933년 5월, 미국의 타임지는 ‘거북-비둘기-개’라는 헤드라인으로 세계 최장수 노인의 사망기사를 실었다. ‘마음을 늘 조용히 하라. 거북이처럼 앉고, 비둘기처럼 활발히 걷고, 개처럼 잠을 자라’는 장수비결이 인기였다. 그는 죽을 때까지 24명의 부인을 맞았고, 200명이 넘는 자손을 두었으며, 황제가 9명이나 바뀌는 것을 보았다.
한편,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의하면 2022년 2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100세 이상 인구는 8323명이다. 전체 인구 5162만5561명 중 0.016%, 인구 10만 명당 16명을 차지한다. 이중에서 여성은 6852명, 남성은 1471명으로, 약 8:2의 비율을 이룬다. ‘인구 10만 명당 100세 이상이 20명을 넘는 곳’이 장수마을의 세계기준이다. 참고로 주민등록은 만 나이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나이 기준을 만으로 통일하겠다’고 공약하였다.
제주도는 오랫동안 한국의 장수지역으로 손꼽혀 온 곳이다. 2022년 2월말 현재, 전체 인구 67만7143명 중 211명이 100세 이상이다. 인구 10만 명 중에서 31명이 100살을 넘게 산다. 이는 전국 평균보다 2배가량 높은 기록으로, 17개 시도 중 단연 1등이다. 전남 26명, 강원 24명, 전북 23명, 충남 21명이 장수마을로서 뒤를 이어 달린다. 특이하게도 제주도의 100세 이상은 할머니가 202명으로, 96%를 차지한다. 삼다도 제주의 특성인 여다(女多)의 흔적이자, 장수사회의 이정표다. 제주도 여인들처럼 열심히 일하는 공동체가 지구상 어디 있을까? 오죽하면 바당밭을 일터로 삼는 해녀가 세계 유일의 직업이랴. 유네스코(UNESCO)가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으니, 더 이상의 설명은 사족일 터. 부지런히 일하는 게 장수의 근본임은 하늘의 선물이요, 제주여성들의 훈장이다.
어쨌든 100세까지 산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대통령이 100세 이상 노인들에게 명아주로 만든 지팡이, 청려장(靑藜杖)을 선물하지 않는가. 명아주 잎처럼 늘 푸른 청춘으로 살아가시란 뜻이다. 100세 이후부터는 청년처럼 당당하게 살아가시면 좋겠다.
그런데 102세에 제주포럼을 다녀가신 김형석 교수님에게는 지팡이가 없다. 하루에도 수차례 2층방을 오르내리며 움직이고 걸으신다. 이것이 장수의 비결이고, 일을 하기 위한 토대다. 더불어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해서 지식을 넓혀가는 일상이 교수님의 장수 신화다.
그러고 보면 부지런히 움직이고 끊임없이 일하는 게, 제주도 할머니들의 삶과도 닮아 있다. ‘실퍼도 죽을 때 꼬진 오몽해사주’라는 우리 할머니들의 수고가 장수로 이어졌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섭리가 느껴진다. 100년을 살아보니 ‘사랑이 있는 고생(일)이 기쁨이었다. 계속 배우고 공부한 덕분에 100세에도 일을 한다’는 교수님의 고백이 100세 시대 노인교육의 목적과 상통한다. 퇴직 이후의 노년에도 평생교육을 통해 2모작 3모작의 사회체계를 구축하는 일, 윤석열정부의 급선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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