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일보 시론-3農 인식에 대한 소고

by 제주일보

주연수, 제주대 학술교수 융합정보보안학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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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유통 등 많은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이 일어나고 있지만 농업의 디지털 전환은 아직도 우리 기대수준에 못 미치고 더디다는 평가다. 왜 그럴까? 필자는 그 원인을 농업, 농촌, 농업인 등 3農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으며, 또한 그러한 인식아래 농업 정책이 수립·시행되고 있는데 찾고 싶다. 농업은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는 기술인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등을 적절히 조합시키면 인공지능과 로봇처럼 인간의 노동력에 지능과 지혜까지 대체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한 산업혁명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농업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3農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열악한 환경에서 힘든 노동력을 기반으로 하는 3D산업, 그래서 청년들이 유입되지 않아 미래 희망조차 없는 사양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듯하다. 적어도 필자가 접하는 대부분의 국가 농업정책은 3農의 큰 틀을 바꾸는 미래지향적 농업정책이 아니라 기본소득, 직불금 등 농업인의 후생·복지정책만이 보인다.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단지 어려움이 있으니 국가가 지원·보호한다는 정책 말이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2022 대통령 선거 농정공약 토론회’에서 지난 20대 대통령 후보들의 농정정책에 대해 ‘농업직불금, 농촌소득 안정화 등 농민복지에 대한 공감대는 매우 높았지만, 일관성 있고 체계적인 농정철학 없이 3農의 문제를 기능적, 정치 공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농업의 틀 혁신보다 복지지원 등 미시적 접근에 그쳤다는 것이다.



물론 농촌진흥청은 농업 디지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농업혁신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러한 정책에 관한 논의나 구체적 내용은 기본소득, 직불금 등 다른 농정이슈에 함몰되어 신문, 방송이나 농업현장에서 접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지금이라도 3農이 자립·자강할 수 있도록 국가의 지원과 함께 농업에 큰 틀을 바꾸는 미래지향적 농업정책의 모색과 이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이루어져야 한다.



한편, 5월 10일 취임하는 정부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맞추어 국가차원의 전략을 수립하고,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 산업 등의 육성 및 대학과 연구소, 기업 등이 공동으로 활용이 가능한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 조성을 약속했다. 때문에 농업을 비롯한 현장에서는 시장 친화적, 자율적인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미래 농업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검토할 사항이 있다. 바로 농업, 농촌, 농업인의 개념과 정의를 다시 잡는 일이다. 농업인은 반드시 농지를 소유해야만 하는지? 대도시 빌딩에서 스마트팜을 통해 농산물을 생산하는 사람은 농업인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지? 농업에 종사하지만 생계유지 수단이 아닌 사람도 국가가 지원하는 농업인으로 인정해야 하는지?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하여야 한다. 또한 청년농업인의 범위도 ‘39세 이하’로 획일적으로 정하지 말고 농가인구나 농촌지역 인구 고령화가 심각하다는 점을 고려해 청년농업인 정책에 적용할 청년의 나이를 좀 더 넓게 잡으면 안 될까 ?



초연결·융합이 이루어지는 4차 산업혁명은 특정기술을 가진 개별기업이 아니라 사회제도가 주도한다. 다시 말해 기술보다 제도의 변화를 더욱 필요로 하는 것이다. 3農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통해 혁신을 가로막는 제도를 찾아내 정비하고 개선해야 한다. 농업의 4차 산업혁명은 기술이 아니라 현실과 맞지 않는 제도의 정비에 적극 나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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