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일보 시론) 악어와 악어새

by 제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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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시작과 함께 등장한 거대한 변화의 물결 중 하나가 ‘플랫폼 경제’이다. 플랫폼 경제에서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기업이 기존 주류였던 파이프라인 비즈니스 기업을 대신해 새로운 경제주체가 된다. 바야흐로 KB국민은행 기업가치가 21조인데 비해 카카오뱅크 기업가치는 30조이며, 식품 분야의 대표주자인 오뚜기와 농심이 각각 2조인데 비해 마켓컬리는 4조인 시대다. 여행기업 1위를 고수하던 하나투어 기업가치는 1.2조인데 비해, 비교적 신생인 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는 10조로 가치를 평가받는다. 미국도 10년 전만 해도 S&P500 기업 중 플랫폼 기업의 비중은 2% 내외였지만,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진 플랫폼 기업인 아마존과 애플 두 기업가치만 합산하더라도 전체의 8%를 상회한다. 2040년이면 플랫폼이 S&P500 기업의 절반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미덥게 들리는 요즘이다. 이제 기업은 경쟁우위를 선점하기 위함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라도 플랫폼 생태계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경제학계에서 최근 각광받는 연구주제 중 양면시장(two-sided market) 이론이 있다. 이는 플랫폼 경제를 이해하는 데에 강력한 프레임을 제공하는데, 양면시장에서의 양면기업이 곧 플랫폼 기업이다. 플랫폼은 아무런 비용 없이 무료 식사를 하는 측(subsidy side)과 그 비용을 지불하는 측(money side)을 연결하며 중개 기능을 강화한다. 이렇듯 양면시장 즉 플랫폼 경제의 특징을 살펴보면 무료 서비스와 일부 기업의 독점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또한, 전혀 다른 기업들을 플랫폼이 연결하고 있는 구조이기에 어느 하나가 무너지면 전체가 무너지는, 그 어디보다 균형의 미학이 요구되는 생태계이다.



새해부터 외식업계에는 배달 플랫폼 기업의 배달료 인상과 설 명절 할증요금 공지로 인해 배달앱 생태계에서 탈출하려는 외식업체들의 소식이 들려온다. 자사 앱 개발을 통한 자체 배달 서비스 활성화가 대표적이다. 물론 이는 신세계푸드, 도미노피자, BBQ처럼 자본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자본력은 논외로 하더라도, 과연 이 방법이 능사일까 라는 의문이 든다.



자연 생태계 역사상 최고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식물은 개체 수로 성공한 곤충과의 동맹을 통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도 결국 악어로서는 양치질 서비스를 무료로 받아 ‘누이’ 좋고, 악어새로서도 위험을 감수하고 악어새 입안으로 들어갔을지언정 양치를 안 하는 악어새 치아에 남은 음식물을 독점으로 얻을 수 있는 ‘매부’ 좋은 일이니, 동맹을 맺어 협력하기로 한 것이리라.



플랫폼 경제 생태계에서도 자원의 희소성(scarcity)이라는 명제 앞에 피할 수 없는 생존경쟁에서 모두가 살아남는 최선의 방법은 어쩌면 속된 말로 맞짱뜨는 경쟁이 아니라 동맹으로 협력하는 일일지 모른다.



중소기업벤처부가 지난 8월부터 두 달간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플랫폼 이용사업자 실태조사를 했다. 제주지역 결과에 따르면, 제주 소상공인의 플랫폼 경제 의존도와 함께 중개수수료 부담도 증가했다. 조만간 플랫폼 생태계로부터 탈출하려는 지역 소식이 들려올지 모른다. 이와 관련해 도의회에서는 지역배달앱 구축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자체에서는 플랫폼과의 협업으로 소상공인 지원책을 마련하여 서로가 협력해 상생할 수 있도록 중재하는 역할에 더욱 힘을 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세린, 제주한라대학교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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