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일보 춘하추동 ‘새 술은 새 부대에’

by 제주일보

고동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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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기 인사철에 시선을 끄는 판결이 나왔다. 구본환 전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최근 “해임 처분을 취소하라”며 자신의 인사권자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항소심에서 이겼다. 앞서 구 사장은 2020년 9월 인천공항공사 사장에서 해임됐다. 그 사유는 국정감사 당시 태풍 위기 부실 대응 및 행적 허위 보고, 기관 인사 운영의 공정성 훼손 등 충실 의무 위반이었다. 하지만 ‘인국공 사태(비정규직인 인천공항공사 협력업체 소속 보안검색원 190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정규직인 공사 직원과 취업 준비생 등이 반발한 사건)’ 와 ‘측근 알박기 인사’를 위해 쳐내기를 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구 전 사장은 “문재인 정부가 인국공 사태를 무마하고, 민주당 총선 출마 낙선자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자신을 위법 부당하게 해임한 것에 대해 법원이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고 했다.



▲이번 판결은 전임 정권 때 임명한 인사와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는 중앙 정부나 지방 정부로선 달갑지 않다. 제주도 예외가 아니다. 도지사가 임명하는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 예정자는 조만간 면접을 거쳐 이달 말께 최종 발표될 전망이다. 여기에 3개 공기업 사장과 14개 출자·출연기관장 등 도지사가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는 많다.



문화예술재단이사장, 경제통상진흥원장, 평생교육장학진흥원장, 제주국제컨벤션센터이사장, 제주한의학연구원장 등은 공모 절차를 마치는 대로 새로운 얼굴로 임명할 예정이다. 에너지공사사장과 테크노파크원장, 신용보증재단이사장 등은 남은 임기에도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요지부동인 다른 기관장들의 거취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여기에 어공(어쩌다 공무원)까지 있다.



▲도지사와 기관장의 임기가 같지 않은 상황에서 정권 교체기의 인사는 언제나 딜레마다. 기관장은 새 도정과 인식을 같이하는 인사들로 채워지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하지만. 당사자가 자리를 자발적으로 비우지 않은 이상 인위적인 물갈이는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 게다가 인천공항공사 사장 판결과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보듯이 사법부도 해임 등에 대해선 엄격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래도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신맛이 묻어 있는 헌 부대에 새 술을 담으면 술맛이 떨어진다. 오영훈 도정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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