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준, 제주한라대학교 지능형시스템공학과 교수/논설위원
얼마 전 가족들이 함께 차를 타고 갈 때였다. 초등학생인 첫째가 유치원생인 둘째에게 문제를 내고 맞히는 놀이를 하는데 갑자기 다투는 소리가 들려 왜 다투는지 가만히 들어보니 그 이유는 바로 이랬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 무엇이냐는 첫째의 물음에 둘째가 에베레스트 산이라고 대답했고, 이어 첫째가 그럼 에베레스트 산이 발견되기 전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 무엇이었을까? 라는 문제를 냈는데 둘째는 무슨 산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에베레스트 산은 아니라고 대답한 반면, 첫째는 아직 발견을 못했을 뿐 에베레스트 산은 원래 존재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여전히 에베레스트 산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고 주장하며 서로 우기는 것이었다. 아이들의 작은 말다툼이었지만 그 주제가 흥미로웠다.
1637년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는 본인의 저서 ‘방법서설’에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는데, 이 명제는 확실한 진리를 찾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그는 진리를 찾기 위해서는 생각하는 ‘나’가 필요하다고 봤다. ‘진리’, ‘존재’, ‘인식’ 이런 단어들은 인류 역사에 있어 많은 철학적 사유의 재료가 되어 왔다. 어찌 보면 데카르트의 이 짧은 문장이 아이들의 논쟁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과연 다가올 머지 않은 미래에도 그럴까? 최근 자주 언급되는 단어 중 하나인 ‘메타버스’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2021년 10월 28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회사 창립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회사의 이름을 페이스북(facebook)에서 ‘메타(Meta)’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이때 그는 “이제 우리에겐 페이스북이 1순위가 아니다. 메타버스가 새로운 미래가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메타버스(Metaverse)’라는 용어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메타버스(metaverse) 또는 확장 가상 세계는 가상,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성한 신조어이다. ‘가상 우주’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이는 3차원에서 실제 생활과 법적으로 인정되는 활동인 직업, 금융, 학습 등이 연결된 가상 세계를 뜻한다.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의 상위 개념으로서, 현실을 디지털 기반의 가상 세계로 확장시켜 가상의 공간에서 모든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든 시스템이다.(중략, 출처 : 위키백과)”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정보, 지식 산업화 사회의 고도화, 디지털화에 힘입어 인류는 드디어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계(界)(System)를 꿈꾸고 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메타버스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2018년 개봉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이라는 영화에서 우리는 메타버스의 한 단면을 간접 경험할 수 있다.
바야흐로 우리가 살고있는 지금은 ICT 혁명의 시대라 불리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이다. 18세기 중반에 시작된 1차 산업혁명 시기보다 훨씬 이전 17세기에 살았던 데카르트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철학자라면 위 명제가 어떻게 바뀌었을까? 진정한 메타버스가 실현 된다면, 현실(Reality)과 비현실(Unreality)의 구분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어떤 세계에 사는 ‘나’의 존재가 진짜일까? 과학과 철학이 서로 묻고 답해온 일련의 역사적 메커니즘이 앞으로도 잘 작동해서 위의 물음들에 현명한 답을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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