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학, 제주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 논설위원
다시 제주돌문화공원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돌문화공원은 최근 전기차 운영을 확대하여 전기 셔틀차를 추가로 도입하려 했는데, 돌문화공원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 여론이 일어 예산이 도의회에서 전액 삭감되었다. 아울러 관람객 유치를 위해 설치한 조형물들도 돌문화공원의 경관과 어울리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제주돌문화공원은 1999년 북제주군과 탐라목석원이 체결한 협약에 따라 사업을 진행하여 2006년 개원하였다. 제주생성과 제주인류문화의 뿌리가 되어온 돌문화를 집대성한 역사와 문화의 공간으로 조성되었다. 곶자왈 지대에 위치한 100만평의 목장 부지에 야외전시장(1만1495평)뿐만 아니라 제주돌박물관(3001평), 설문대할망전시관(7450평), 오백장군갤러리(2067평) 등의 다양한 실내 전시시설을 갖추고 있다. 야외전시장을 제외하고 실내 전시실만 합쳐도 1만3000여 평에 달하는 매머드급 전시시설이 들어서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 박물관인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공간 1만1430평을 넘어서는 규모다. 돌문화공원의 딜레마는 바로 이 지점에서 생겨난다.
돌문화공원에 대해 이전부터 제기되었던 가장 큰 비판은 ‘돈 먹는 하마’라는 점이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총 사업비 1449억원이 투입되었는데도 연간 관람객 수는 얼마 되지 않아 매년 2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등에서도 적자 개선에 대한 노력을 주문하고 있으나 그 성과는 미미한 편이다.
이러한 상황은 이미 예견된 것이다. 제주의 돌문화를 집대성한 공간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이것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규모에 집착했다. 그러나 거대한 규모의 전시 시설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그 시설을 채울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콘텐츠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학예연구인력의 부단한 탐구 결과로 채워질 수 있다. 돌문화공원보다 작은 전시시설을 지닌 국립중앙박물관의 학예인력은 100명이 넘는 데 반해, 돌문화공원의 학예인력은 고작 2명이다. 이러한 인력으로 1만3000여 평의 전시공간을 최고의 콘텐츠로 채운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것이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설문대할망전시관의 개관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세계 최고의 문화공간을 구현하겠다는 포부는 감당할 수 없는 전시 스케일의 확대로 나타났고 이러한 전시시설을 유지, 관리하기 위해서는 해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과연 국가가 아닌 지자체 제주도가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울러 많은 예산이 투입되었는데도 나오는 성과가 적다 보니 관람객 유치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반 관람객을 유치하기 위해 돌문화공원과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 조형물을 설치하게 되고 결국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테마파크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로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세계 제일의 돌문화공원이 아니라 자칫 제주도의 가장 골치 아픈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제 민과 관이 다시 머리를 맞대고 가능한 대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전문가들의 몇 차례의 자문회의나 학술용역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현실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실타래의 엉킴이 클수록 푸는 노력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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