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시론-호칭에 대하여

by 제주일보

고경순, 문학박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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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살면서 고민하고 신경 써야 할 일은 많다. 그중에는 상대방을 부르는 호칭어도 포함된다. ‘인생은 만남의 과정’이라는 명제를 놓고 본다면 호칭은 더더욱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친한 사람에서부터 그냥 아는 사람, 혹은 비즈니스 관계에 이르기까지 폭을 넓히면 호칭의 중요성은 그만큼 더 커진다. 일상의 만남에서 우리는 상대방이 어떻게 불리기를 좋아할지, 어떻게 불러야 상대의 호감을 얻을지를 생각하게 된다. 이는 바로 호칭이 대화 즉, 만남의 시작이자 끝이 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남에서 상대를 어떻게 부르느냐에 따라 대화 목적의 달성 여부가 달려 있기도 하다.



호칭은 한 개인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갖는 사회적 위치를 나타내기도 한다. 내가 상대방을 부르는 호칭은 대화 상대방과의 관계 설정에 미묘한 역학관계가 개입될 수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최근 호칭어를 둘러싼 세대 및 성별 갈등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로 번지고 있다.



가족 관계에서 살펴보면 남편의 형제들은 아가씨, 서방님, 아주버님, 도련님이라고 부르고 아내의 형제들은 처제, 처형, 처남 등으로 부르는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이미 언론 등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이처럼 결혼 등으로, 맺어진 가족 간에 발생하는 문제가 있는 반면, 다양한 사회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도 있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일반인들에게 이모, 삼촌, 어머니(님), 아버지(님)같은 친족 호칭어를 사용하는 문제도 생각해볼 일이다.



한 논문에서 인용한 청와대청원 내용을 소개한다. “언제부터인가 방송이나 고객유치를 위해 나이가 좀 많아 보이면 어머님, 아버님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머님, 아버님이라는 호칭은 때와 상황에 따라, 친근감으로 하는 호칭도 기분 나쁠 수 있습니다. 요즘엔 40대가 넘은 노총각 노처녀가 많기 때문입니다. 결혼조차 안 한 분들에게는 너무 노티나게 느껴지는 호칭입니다.”(나은미 『호칭어 사용의 갈등 양상과 적절한 호칭어 사용을 위한 제언』)



이와 관련, 최근 한 병원의 접수창구에서 목격한 일이다. 아직 앳된 얼굴의 간호사가 한 남성 환자에게 “아버님 어디가 불편하셔서 오셨어요?”라는 말과 함께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 간호사와 남성에게로 쏠렸다. 이유는, 남성 환자는 누가 보더라도 성직자(독신)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복장과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간호사의 ‘아버님’이라는 호칭은 손윗사람에 대한 예의와 친근감을 표현한 호칭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환자는 아버님이 될 수 없는 성직자이며, 위 청원글에서처럼 나이가 들어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고, 결혼해도 아이가 없는 경우도 있다는 것 또한 염두에 두어야 할 일이다.



평등과 개인이 중시되는 현대지만, 예의를 중시하고, 관계를 중시하는 우리 한국사회에서 호칭을 적절히 구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호칭에 대한 고민은 포기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호칭은 우리가 서로 지켜야 할 예의이자, 사회문화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립국어원은 그동안 호칭어나 지칭어의 개선 방향과 갈등 해소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 왔다. 언어예절에 관한 책자 『표준언어예절』을 발간해서 가정과 사회에서의 호칭, 지칭 등을 제시하는 등 사회 통합을 위해 노력해 왔다. 이와 같은 자료를 더 적극적으로 배포하고, 교육 등을 통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서, 더 이상의 혼란과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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