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구름치유

by 제주일보

한영조 제주숲치유연구센터대표·산림치유지도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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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진다. 겨울 추위라 그런지 스산하다. 텅 비어있는 도심 공간으로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짙은 회색 구름으로 가득하다. 팽팽하게 부풀어 있는 것 같다. 바늘로 콕 찌르면 눈비가 와르르 쏟아질 것 같다.



며칠 후의 하늘이다. 온통 파란빛이다. 그렇게 깨끗할 수 없다. 햇볕이 들어와 눈이 부시도록 반짝인다. 밋밋할 것 같아서인지 하얀 깃털 구름 한줄기까지 살짝 걸쳐놓는다. 붓으로 가볍게 터치하듯 옅은 물감을 주변으로 풀어놓는다.



그러다가도 기분이 틀어지면 금방 얼굴색이 바뀐다. 하얀색은 온데간데없다. 검회색으로 찌푸린다. 햇볕을 틀어막고 하늘과 공간을 어둠 속으로 몰아넣는다. 번개를 이끌어 천둥을 친다. 소나기를 쏟아낸다. 우박도 토해낸다. 강력한 용오름을 일으킨다.



구름의 생활이다. 마치 하늘의 마술사 같다. 이 모양 저 모양 자유자재다. 아침이 다르고 저녁이 다르다. 비나 눈이 오는 날도 다르다. 맑은 날, 안개 낀 날도 다르다. 수시로 변하고 변한다. 그래도 부족해 또 변한다. 색깔까지 덩달아 바꾼다.



이렇듯 구름은 하늘 공간을 마음대로 요리한다. 아니 하늘을 지배한다. 아무리 많은 나날이 흘러도 단 한 번도 같은 모양, 같은 음식을 내놓지 않는다. 모두 다른 음식이다. 어떤 날은 온통 회색빛으로, 어떤 날은 알 수 없는 모양으로 멋을 낸다. 하얀 눈송이처럼 뿌려놓기도 하고 두툼하게 쌓아놓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계속 움직인다. 한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바람과 함께 바람 따라 흘러간다. 가는 길이 멀다고 짜증을 내지도 않는다.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드넓은 하늘에 가볍게 그리고 유유자적 움직이며 자리를 옮긴다. 그러다가 기온이 말을 하면 눈이 되고 비가 되어 땅으로 내려앉는다.



그것으로 생명을 다한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없다. 무엇 하나 남김없이 존재 자체를 깨끗이 지운다. 지금 현재 보여주는 그 모습 그 자체뿐이다. 그냥 하늘 품속에 편안하게 안겨 있다 사라진다. 흔적이나 발자취가 없다.



이렇듯 우리 사는 세상도 비슷하다.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다르다. 어제와 똑같은 일을 오늘도 내일도 되풀이되지 않는다. 일어나지도 않는다. 지나간 일은 모두 과거가 되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이 아주 특별하고 유일한 순간임을 구름의 생활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그래서 지금 현재 이 시간이 중요하다. 나중에 잘 하겠다고 하는 것은 시간을 허투루 소비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다음에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는 생각도 착각이다. 기회는 오늘을 열심히 준비하는 자에게 오기에 그렇다.



이런 의미를 담은 시가 떠오른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시다. ‘두 번은 없다./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이하 생략’



그렇다. 넓게 생각해 보면 우리도 무심코 지나쳤던 구름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늘과 똑같은 내일은 오지 않기에 오늘을 열심히 살다 시간이 되면 떠난다. 그러기에 가끔은 옥상이나 오름 위에 올라 하늘의 구름 모양을 보면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 구름치유를 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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