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고도(Godot)를 기다리며

by 제주일보

안성준, 제주한라대학교 교수 지능형시스템공학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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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022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언제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갔지?”, “벌써 올해도 끝이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올해도 사람들은 어김없이 개인적 혹은 사회적으로 다사다난했던 지난 2022년을 시원 섭섭하게 떠나보면서, 한편으로는 다가올 2023년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품고 보신각 종소리를 들으며 다함께 새해 첫날 0시를 향한 카운트다운을 시작할 것이다. 떠나 보내는 지난해를 표현할 때 많이 사용하는 ‘다사다난(多事多難)’, 글자 그대로 “일도 많고 어려움도 많다”는 뜻이다. 작년 2021년을 떠나보내며 코로나로 힘든 한 해를 뒤로 하고 희망찬 2022년을 기대했지만, 올해는 또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인상, 끝나지 않은 코로나 등등 2022년 새해가 밝을 때의 기대와 소망이 무색할 정도로 역시나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또 다시 희망과 염원을 담아 2023년을 맞이할 것이다.



대학 시절 필자는 연극 동아리 활동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연극이 좋았다기보다 사람이 좋아서 한 동아리 활동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마음 맞고 좋아하는 선배들이 내가 입학하기 전 공연했던 작품이 하나 있다. 블라디미르, 에스트라공, 포조, 럭키, 소년 이라는 등장인물이 나오는 ‘고도(Godot)를 기다리며’라는 작품이다. 술자리에서 너무 많이 들었던 탓일까, 잘 이해되지 않고, 이상했지만 왠지 익숙하게 느껴졌던 ‘고도를 기다리며’, 아일랜드 출신 극작가 사무엘 베게트(Samuel Beckett 1906~1989)가 1952년에 발표한 희곡이며 노벨 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총 2막 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체 작품의 분량도 그리 많지 않고, 작품의 줄거리는 역시 아주 간단하다. 한 줄로 표현도 가능하다. 실제 위키백과 줄거리란에 다음 한 문장밖에 없다. “고도를 기다리는 두 사내의 이야기이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니 조금만 검색해 보더라도 그 내용이나 해설을 접하기는 쉬울 것이다. 주인공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말 그대로 기다림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연결도 잘 되지 않는 시시껄렁한 이야기와 바보스러운 행동을 하며 ‘고도’를 기다린다. 하지만 1막이 끝나고, 2막이 끝나고, 연극 전체가 끝나도 ‘고도’는 등장하지 않는다.



한 해가 저물고 새 해를 맞이하는 이 즈음 우리 모두가 ‘고도’를 기다리는 두 등장인물 블라디미르, 에스트라공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연극 속의 1막, 2막과 같이 우리는 2021년, 2022년 이렇게 매 해를 나름 열심히 살아 가고 있는 거대한 연극 무대의 등장인물이다. 연극 속 등장인물들의 시시껄렁한 이야기나 행동, 작은 소품, 무대 배경 하나 하나가 현실 세계의 투영인 듯 하다. 떠나보내는 2022년도, 새롭게 맞이하는 2023년도 매년 반복되는데 우리는 항상 새로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갖는다. 그 기대와 희망은 연극 속에서는 ‘고도’라는 이름으로, 우리 각각에게는 또 각자 다른 이름으로 불릴 것이다. 베케트는 ‘고도’에 대한 정의를 관객과 독자에게 맡겼다. ‘고도’는 ‘내일’ 혹은 ‘내년’일 수도 있겠다. 오늘 하루가 지나면 오늘의 내일이 다시 오늘이 되니 꼭 오지만 절대 만나지 못하는 ‘내일’. 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기다리는 내일은 내일 그 자체가 아닐 것이다. 내일이 되면 이루고 싶은 꿈과 희망, 염원이 바로 우리가 내일, 내년 새해를 기다리는 이유이다. 곧 올해가 될 내년 2023년, 모두가 마음속에 품은 작은 소망인 ‘고도’를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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