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국, 시인·교육학박사/ 논설위원
우리는 흔히 영국인은 역사를 보존하고, 이탈리아인은 역사를 활용하고, 독일인은 재건하고, 프랑스인은 사랑하며, 미국인은 역사를 만든다고 하여 역사와 국민성을 연관 짓는다. 만약에 우리의 국민성을 역사와 연관 짓는다면 어떤 표현이 가능할까. 새로운 독특한 연관성을 찾을 수 있을까.
동양에서는 역사를 일명 춘추라고도 한다. 이는 공자에게서 비롯한 말이다. 공자는 노나라 사관이 쓴 역사를 다시 고쳐 쓰면서, 더 써야 할 것은 더 쓰고 지워야 할 것은 지웠다. 공자의 사관은 정사선악(正邪善惡)을 똑똑히 밝히는 것이었다. 이것이 5경의 하나로 전하는 「춘추」이다. 그래서 춘추는 사실대로 기록한 실록이라 할 수 있는데 “의문 나는 것은 의문 나는 대로 전하고, 진실된 것은 진실한 대로 전하는 것”이 춘추의 필법이다. 필자는 교육가치관이라는 것도 역사적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보수·진보의 타협과 서로가 이를 이해하려는 관용의 자세를 보일 때만 역사는 발전 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교훈을 교육사 연구를 통해서 절실히 느껴왔다.
근래 들어서 윤석열 정부가 고등학교 역사교과서에 4·3에 대한 기술 근거를 없애서 교과서 삭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2022 개정 교육과정’을 행정예고 하면서 학습요소로 포함된 제주 4·3 사건을 삭제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2024년부터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이에 오영훈 지사와 김광수 교육감, 제주 4·3 유족회는 12월 9일 오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시안에서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할 핵심 요소(학습요소)인 제주 4·3을 삭제한 것에 대해서 반발하며 개정 교육과정에 ‘제주 4·3’을 명시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광수 교육감은 “특히 제주 4·3은 고등학교 모든 한국사 교과서에 기술돼 있고, 중학교 교과서는 7종중 5종이, 내년에는 초등학교 4학년 4종에 기술되는 등 제주 4·3을 미래세대에 알리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번 교육부의 개정 교육과정에서 학습요소가 삭제돼 도민사회에서는 제주 4·3 교육을 크게 위축시킬 거란 우려와 실망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지난 14일 국가교육위원회에서도 4·3을 한국사 교과서 성취기준에서 제외하고 교과서를 편찬 할 때 반영하도록 권고하는 선에서 본건을 정리하였다.
우리가 4·3을 부디 교육과정에 포함시키고자함은 ‘제주 4·3’의 기술 근거를 확실하게 명시하여, 진실되고 올바른 역사교육을 통해 정의로운 해결과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을 바라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주 4·3의 진실된 역사와 올바른 과거사 해결의 여정을 미래세대에 교육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임은 그간의 수많은 토론과 연구를 통하여 결론을 얻은 바 있다. 새로운 교육과정 개정에 대한 우리들의 요구가 학교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감을 비롯한 도민사회의 일련의 노력들에 의해서 부디 성공적인 결과로 나타나기를 간절하게 응원하는 바이다.
아무리 역사가 승리자의 것이라고 하지만 역사의 진실이 가려지거나, 시대의 주인공인 인간에게 더 큰 상처를 주거나, 정치적인 도구로 전락되어 그때마다 역사적 사실이 왜곡된다면 교육의 백년대계를 어떻게 세워나갈 수 있을까. 선조들의 아픈 역사를 오늘의 시점에서 돌아보고 새로운 역사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은 세계화의 정점에 서있는 우리 제주특별자치도의 위상을 한껏 끌어 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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