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근형,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논설위원
계묘년이 밝았으나, 금년 우리의 안보 환경은 그리 맑아 보이지 않는다. 작년부터 금년 초까지 북한은 다양한 미사일과 장사포를 70여 차례에 걸쳐 쏘아댔으며, 최근에는 무인기까지 우리 영공을 침범했다. 북한의 핵 보유는 이미 기정사실이며, 비핵화는 물 건너갔으니 이에 대항하기 위해 한국은 완벽한 핵억지에 치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여론의 힘을 얻고 있다. 이에는 물론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와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도 포함된다.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들은 미국이 자국의 핵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우방국을 지켜줄지에 대해 늘 불안해한다. 1960년대 초 영국과 프랑스가 독자적 핵 개발을 하게 된 데에는 이런 우려가 작용했다. 즉, 파리나 런던이 소련의 핵 공격을 받았을 때, 과연 미국이 뉴욕이나 워싱턴의 핵 공격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영국과 프랑스를 지켜주려 할 것인가? 양국 지도자들은 미국을 신뢰할 수 없었으며, 결국 독자적 핵무기 개발에 착수했다. 우리의 경우도 핵무기를 탑재한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탄)의 정확도가 높아질수록,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신뢰도를 우려하게 될 것이다. 남한이 핵 공격을 받았을 때, 과연 미국이 샌프란시스코와 시카고 등의 핵 피해를 감당하면서까지 한국을 지키기 위해 북한을 공격할 수 있을 것인가? 미국은 한국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2022년 핵태세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에서 “북한이 핵무기 사용시, 김정은 정권은 종말”이라고 강조했다. 미 국방장관도 이와 유사한 말을 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의 핵 우산을 전적으로 믿으라는 말과 다름 아니다.
대북 완벽한 핵억지의 하나의 방편으로 미 전술핵의 한반도에 재배치 주장을 한다.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미국은 1991년 조지 H 부시 대통령이 전 세계 전술핵 폐기 선언을 했고, 미·소 핵감축협상에서 많이 폐기했다. 로렌스 코브 전 국방차관보에 따르면, 현재 대략 전술핵 B61은 200개 정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절반은 유럽에 배치하고 있어 한국에 배치하고 싶어도 사실상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최근 개발하고 있는 B61-12 전술핵은 높은 명중률과 낮은 방사능 낙진으로 현실에 쓸 수 있는 무기이나, 2026년까지 양산한다고 전망하고 있어 불확실하다. 이런 점에서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은 어떤가? 무역국가인 한국이 전 세계의 경제제재와 기술제재를 감당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5년 단임의 대통령이 이런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설사 현 정부에서 핵 개발 결정을 내린다 해도 다음 정부에서 계속한다는 보장이 없다. 지도자의 임기가 무제한인 권위주의 독재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닐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미국과 핵 폐 연료봉 재처리 협상을 해야 한다. 우리는 현재 재처리를 할 수 없다. 일본은 할 수 있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핵 개발은 하지 않더라도 핵 원료인 플루토늄을 확보해둬야 한다. 그래야 유사시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시행 중인 미국의 확장 억제에 의존하고, 한미 간 핵 정보 공유와 훈련을 지속하면서도 미국의 핵우산을 확실히 신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는 바로 “북 핵 공격시 미는 자동보복 한다”는 조약 수준의 협약을 맺어야 한다. 왜냐하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르면, “제3국 공격시 어느 일방은 자국의 헌법 절차에 따라 지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자동개입이 아니다. 따라서 핵 공격에 관한 한 자동보복 협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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