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수 / 시인.수필가.아동문학가
바삭 바삭 뼈를 통째로 씹는다. 참기름을 가느다란 붓에 뭍이고 화롯불에서 굽는다. 잘 익은 참새를 소금에 찍어 먹는 맛, 고소하고 담백하다.
크기가 작지만 사람마음을 매우 감질하게 한다. 참새가 소등에 앉아 제잘 제잘 노래한다. “내 고기 한 점이 네 고기 한근보다 낫다”라고 외친다. 이쯤되면 맛은 인정받은 것. 게다가 임금님의 보양식으로 수라상에 올랐다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 한 겨울 시골의 진풍경 가운데 하나가 참새 잡이다. 소싯적 추억을 소환한다.
일요일 아침 함박눈이 소복 소복 쌓인다. 오늘 밤은 눈이 꽤나 묻을 거야 중얼거리며 동네 개구쟁이 한 아이가 집밖으로 나가더니, 친구들을 호출한다. 삼십분도 안 걸려 여럿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참새잡기 좋은 날씨야. 기회가 왔어. 오늘 밤에 작업하는 것은 어때. 모두가 찬성이다. 그럼 손전등은 누가 갖고 올꺼니. ‘그건 걱정하지마 내가 갖고 올게 ’ 하는 아이는 모인 가운데 가장 나이 어린 막내 경철이었다. 참새들이 저녁밥을 찾아먹고는 참나무에서 노닥거리다가 초가집 처마 밑 새굴로 한 마리씩 한 마리씩 잠자리로 들어선다. 묵은 새가 많이 쌓일 수록 참새들은 집을 깊숙하게 둥지를 틀어놓는다. 세 아이가 기마를 만들고 한 아이가 목마를 타게 되면, 왼손으로 손전등을 새굴에 비추고 오른손은 굴로 집어넣는다. 쉿, 조용히 하라구,
그날 밤 잡은 참새는 모두 세 마리였다. 모두가 한 마리씩 가질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어쩔 수 없었다. 나눠가질 수밖에.
참새 잡이는 여럿이 모여서 할 때도 있지만,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놀이였다. 마당 한 구석에 쌓인 눈을 걷어치우고 땅바닥에 낟알(좁씨)를 뿌려놓아 새들이 이를 먹으러 날아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삼태기나 판자를 짧은 막대기를 괴어 끈을 매고 방에 이르게 한 다음 새가 날아들었을 때 끈을 당겨서 잡는다.
명사수로 인정받는 아이도 있었다. 가위 다리 모양으로 된 나뭇가지에 고무줄을 달아 만든 새총에 작은 돌맹이를 끼워서 새를 맞추는 떨어뜨리는 사냥법이다.
어디 이것뿐이 아니다. 한꺼번에 많은 수의 새들을 잡는 방법도 있었다.
참새를 잡기 위해 미리 준비해 둔 사냥기구는 바로 말총이다. 긴 말꼬리를
조금씩 잘라다가 둥그런 고리를 만들어 정수리에 매달아 놓는다. 길면 길 수록 고리수가 많이 걸어있어서 많은 공간에 덫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 방법을 쓸 때에는 동네 아이들이 많이 모여서 공동체를 이루어야 한다.
사냥팀은 동서남북으로 나누어 새들을 많이 모여든 숲을 해치며 새들을 날려 덫을 설치한 밭으로 몰아간다. 참 재미있고 즐겁고 흥겨운 시간이다. 낭만적이면서 아이들은 신났다. 마음껏 소리 지르면서 눈을 깨끗이 치운 밭으로 새들이 모인다. 말들을 모아 조밭 밟는 것처럼 말이다.
상상해보시라. 겨울철 흰 눈 쌓인 참새 잡이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감흥을 안겨주는 것인지? 하지만 지금은 사라진 놀이다.
초가지붕도 사라지고 없고. 참새를 잡는 아이들도 없으니, 시골의 겨울 풍경이 쓸쓸하기만 하다. 아, 아 그 옛날의 낭만적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