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는 괜히 있는것이 아니다

by 제주일보

김정은, 법무법인 결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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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당사자들이 직접 소송을 진행하는 것을 꽤 많이 볼 수 있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때가 많다. 어떤 부분을 입증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본인 주장만 반복한다거나, 혹은 소송으로 청구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나 피고를 잘못 지정했음에도 무작정 소를 제기해 아까운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일을 볼 때가 그렇다.



전자의 경우라면, 법원이나 각 경찰서에서 무료 상담을 제공하고 있으니 약간의 상담만 받아도 소송은 훨씬 수월할 수 있고, 소송구조절차나 법률구조공단을 통해 대리인을 선임한 후 진행하는 것도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라면, 방법이 없다. 아마 본인도 알아볼 만큼 알아봤을 텐데 ‘그런 소송은 불가능하다’거나 ‘그 사람에게 청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는 식의 답변을 듣고서 마음에 들지 않아 ‘내가 해보겠다’라고 나선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최근에는 변론기일에서도 판사들이 당사자에게 비교적 자세한 설명을 하며 청구취지를 변경하라거나 피고를 잘못 지정한 것 같다는 등의 의견을 전달하며 보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하지만, 법률전문가와 상의하지 않으면 법원에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도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얼마 전, 원고 당사자가 직접 진행하는 소송에서, 피고의 대리인 자격으로 재판에 다녀왔다. 원고가 피고에게 돈을 빌려줬으니 반환하라는 청구였는데, 피고는 빌린 돈이 아니고 당시 원고의 일을 도와주고 받은 돈이라는 취지로 항변하는 사건이었다. 차용증도 없고, 돈을 빌려달라는 메시지가 오간 것도 없으며 이자 약정도 없었다. 오히려 돈을 주고받은 시기에 피고가 원고의 일을 도와준 것이 확인되어 정황상으로 피고의 주장이 더 타당해 보이는 사건이었다.



피고측 대리인으로 미리 ‘대여금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서면을 제출했고, 이를 확인한 재판부에서 변론기일에 원고 당사자에게 ‘원고가 대여금인 것을 입증해야 한다, 입증책임이 원고에게 있다’라고 설명했는데, 원고는 그 자리에서 ‘대여금이 아니라 빌려준 돈이다’라는 대답을 했다. 재판부는 물론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몹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빌려준 돈’을 ‘대여금’이라고 한다는 간단한 용어조차 모르면서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니, 재판부에서는 어디서부터 설명을 하고 안내해야 하는지조차 난감해하는 표정이었다.



기본적으로 재판은 ‘약속된 용어와 절차로 자신의 주장과 그에 대한 증거로 재판부를 설득하는 일’이다. 이에 대해 알지 못하면 자신의 주장이 아무리 타당하다고 하더라도 원하는 재판 결과를 얻기란 쉽지 않다. 물론 간단한 청구에서 주장과 입증방법이 명확하다면 원하는 판결이 나올 수도 있지만, 하나의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하더라도 그 소송에서 밝혀진 내용이 다른 법률관계에서 오히려 본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몸이 아플 때 민간요법이 통할 때도 있지만, 결국은 전문가인 의사를 찾아야 한다. 법률관계도 마찬가지다.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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