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꽃부리의 이야기 <2024년 7월 30일>
하늘아 너를 거기서 / 임 선영
하루 종일 바다 앞에 앉아
알몸으로 몸부림치는 흐느낌을 본다
가끔 흰 옷깃 흔들듯
내 앞으로 달려오다가
그만 마음 변해 촐랑대며 가는 바다
손도 담그지 못했어
흐느낌에 혼자인 줄 알았더니
파란 하늘 품어 안고 있었지
그물도 없이 눈빛으로
바닷속 하늘을 건져 올렸지
그 오만하게 흔들리는 바다
널 슬어 안고 뒹굴고 있었지
그대로 품어 안고 사랑하다가
너를 나에게 보내 주다니
참 아름다운 바다였어
하늘아 너를 오래 잊었는데
바다에서 건져 올리다니
바다와 하늘이 둘이 아님을
이제는 확연히 알았구나.
바다는 / 임 선영
외로워서 바다는
파도가 되었나 보다
보더니
거품 물고 달려온다
바람 속 나 알아 보고서
계집아이야 오랜만이야
철썩 세차게 때리는 소리
뜨거운 불이 될 수 없는 설움
나뒹군다 거품으로
빈 바다란 말 듣기 싫어서
멀리 가지 못하고
구르며 쓰러지며
그냥 자꾸 밀려오며
하얗게 쓰러진다
석양 한 잔 / 임선영
찬란히 오는 해맞이 보다
고즈 녘이 떠나는 해넘이의 쓸쓸함
서서히 떠나는 한 폭의 풍광
안 갈듯 넘어가는 인생 같아서
해 질 녘 안겨드는 시를 휘여잡고
낙조와 어울려 얼씨구
가슴 꽃망울 툭툭 터진다
서해 비취옥에 등잔불 뛰워 놓으니
남도의 서정 한 방울 똑
석양 한 잔에 떨어지는 소리
수심에 잠겨 옷섶에 떨어지는 설렘
안주삼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외로움
눈길 주던 낙조는 바다 멀리
물 건너 임을 만나 소식도 없다
저무는 바다는 / 임 선영
지금 여기 바다는 철석
그럭저럭 시간 보내며
저물어 가는 것을 인정하는 것
그렇게 잘 이해하면서 서럽게
인연끼리 사랑은
너무도 자주 티격태격한다
늘 한 번씩 꼬박 바다도
황혼으로 물들어 깊어지고
검은색으로 저무는 바다
시린 하루를 위로하며
서글픈 해는 지며
내일 또 올게 망아지 못한다
그래도 늘 다시 떠올라 오며
한 생 살아간다는 것은
어느 하루도 철렁
파도 같은 고해를 알고 가라
또 저물 그는 일러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