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8. 꽃부리의 이야기 <2026년 3월 10일>
일장춘몽 / 임 선영
이년 전 갑자기 혼자된 동네 친구가
누군가 만나지 않는 날은 너무 쓸쓸해서 지내기 힘들다고
동네 경로당이라도 다녀서 외로움은 달래야 하는데 혼자 가기 너무
어색하니 같이 가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서 어느 날 들어 선 경로당
생각보다 나 보다 어린 여자분들이 모여서 요 사히 없어진 반상회를 대신하는 듯
깔끔한 환경에 밥까지 주며 건전한 노인들의 터가 되어 있었다.
노인들이 모여서 10원짜리 고스톱이나 치는 자리인 줄 알고 늙은이인데도
모른 척 지나치던 장소였는데 노후에 서로 의지하며 이야기 꽃 피우며
이것저것 나누어 먹으며 시간 보내는 푸근한 장소였다.
아파트라는 벽 때문에 서로 잘 알지 못하던 이웃들을 만나며 반상회
아닌 반상회처럼 동네 일들도 알게 되고 가끔 들르지만 생각보다 편안한
자리로 한가한 날은 친구들과 들리게 되는 장소가 되었다.
오늘도 시에서 노인들을 위한 새로운 일을 구상한다고 오시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고 식사 약속을 급히 마치고 경로당에 들어섰다.
그동안 사귄 외로운 형님들이 무엇이 그리 반갑다고 손을 잡아주며
반갑다고 손등을 치며 참으로 반가워하는 모습이 꼭 내 모습을 찾은 듯
뭉클하여진다.
오늘 강의가 없는 손녀와 노부부가 같이 간 식당에서도
"반가워요, 오래 안 오시면 무슨 일 있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건강하시네요"
안 가고 살아서 만나니 반갑다는 표정처럼 많이도 반가워하는 모습들이
가슴을 때린다.
어디를 간들 이리 반갑게 맞아 줄 것인가 하는 생각에 이웃들
두 손을 마주 잡으며 " 건강하게들 계셨네요" 하며 반기니 슬픈 소식을 전한다.
"자네 아파트 줄에 같이 오시던 형님이 그제 영면 하셨다네 모르지?"
난 깜짝 놀랐다. 엊그제 보름이라 오곡밥 맛있게 맞췄다고 놀러
오라는 경로당 회장에 전화를 받고 맛있는 성찬을 대접받고
모두 즐거웠는데 앞에서 밥을 남기시는 아래층 형님을 보고
"왜 이 맛있는 밥을 남기세요?" 하니
"글쎄 밥이 안 넘어가네 맛이 없어" 하시던 그 얌전하시고 말 수가
많지 않던 형님이셨다.
갑자기 가슴 뭉클 해지며 눈물이 흐른다.
흔적도 없이 봄밤의 꿈을 꾸듯 지나가는 생 인간 세상의 덧없음 잠깐 왔다가
온 길로 다시 어느 날 갑자기 떠나는 길 "일장춘몽" 그 길에 꿈꾸듯 가신
그 형님이 앉았던 자리를 어루만지며 슬픔이 비 오듯 한다.
죽음 복을 성품 같이 착하시니 떠나시는 길도 귀찮게 하지않고 자는듯
아침에 깨우러 가니 돌아가신 어른, 내 그리 떠나게 해 달라고 매일 기도
하는 삶을 살고가신 만나면 소리없이 베시시 웃던 그 어른....
한 생이 이리 허망하게 가는 것을...
무에 그리 아웅다웅하며 뭐가 잘났다고 싸우고 더 같고 싶어서 싸우고
흔들고 난리들이던가....
옛날 같으면 소식 금세 알아서 가서 잘 떠나시라고 인사도 하련만...
다 지나고 소식 듣고 망연하니 한 생이 이리 허망하게 지나가는
요즈음의 세상 일들, 그동안 잠깐이라도 안다고 서로 따뜻했고
서로 눈웃음 치며 손 잡아 주던 그 정들은 무엇 때문에 만들어졌던가.
며칠 전 우연이 쓰레기 버리다 만난 이젠 망인이 된 그 형님의 목소리가
메아리치듯 가슴을 울린다.
" 다 놓고 갈 덴데 왜 그렇게 트집 잡고 싸우고 xx 들야, 내 평생 그리 고생하고 살았어도
지금까지 싸움질은 안 하고 살았네"
허망하고 볼품없는 인생이 되어버린 늘그막에 세월 어찌 보내다 떠나야
하던가.
깊은 생각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