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틈, 빠른 세상에 균열내기

보통의 하루에서 시작되는 질문들 00.

by 슴순
"2025년, 당신의 손은 얼마나 많은
챗GPT와 제미나이를 거쳐갔나요?"


카페에 앉아 챗 GPT에게 이메일 초안을 부탁하던
순간, 모든 전력이 중단됐다.
눈앞에서 반짝이던 스마트폰 알림이 불규칙한 리듬으로 꺼지고
무심코 백업해두지 않은 메모리는 허공에 흩어졌다. 세상의 모든 소음이 동시에 멈춘다.
어둠 속에서 몇 번이고 화면을 툭툭 두드려봐도
반응이 없다.
아무런 안내도, 내 위치를 알려줄 도구도,
내 물음에 대답해 줄 존재도 없는 진공의 공간.
생각은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받기만 했던 것들.




우리는 묻기도 전에 답을 얻고, 터치 한 번으로 노동과 시간을 압축해 살아가는 시대에 있습니다.

알고리즘은 내가 원하는 것을 나보다 먼저 보여줍니다.

좋아할 음악,

필요한 상품,

나를 웃게 만들 영상까지도요.


스크롤을 내리는 속도만큼

세상은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갖게 되었지만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모르는 상태로 풍요로진 것 같아요.


기술이 나의 모든 것을 대신할 수 있는 세상에서,

‘나’는 왜 존재해야 하는 걸까요?


과학은 인간에게 세상을 빠르게 볼 수 있는 빛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불확실함을 견디는 법은

그림자의 영역으로 짙어져, 서서히 밀려나갔죠.

지금 우리는 세상의 전부를 발견한 걸까요?


확신이 아닌, 망설임 속에서

정답이 아닌, 불완전함 속에서 질문은 피어납니다.


그 질문이야말로 인간만이 가진 차별점이자,

이 빠른 세상 속에서 끝내 놓지 않아야 할

가장 작고도 거대한 힘.

저는 그걸 ‘질문 부스러기를 줍는 일’이라 부릅니다.


작고 보잘것없어 보여 버릴 뻔했던 부스러기들이

언젠가 긴 밤을 건너게 하는 의미의 재료로 돌아오곤 하거든요.

정답이라는 거대한 덩어리 속에서

무심코 흘려버린 부스러기를 모으는 것,

바로 그 사소한 행위 안에

'나'라는 존재의 가장 깊은 본질이 숨어 있는 건 아닐까요?


세상을 보는 시선이 살짝 틀어질 때만 열리는

사유의 틈에서, 비로소 당신의 가장 중요한 걸

마주치게 됩니다.

결국 인간은 자신의 해석을 통해 세계를 만들고,

그 세계에서 의미를 찾아 떠도는 존재니까요.


여기서 시작되는 이야기들이,

여러분 안에 머물고 있던 물음들과

마음껏 마주할 수 있는

작은 틈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질문 부스러기 #0


지금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무엇인가요?

수,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