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별, 태양
여느 별들이 그러하듯 우리의 태양도 별로서의 일생을 살아간다. 태양도 여느 별들처럼 한 점 별로 태어나, 제 몸을 사르며 화려한 불꽃으로 피어올랐다가, 장엄하게 삶을 마치는 별의 일생을 살다 가는 것이다. 태양의 일생을 한번 들여다보자. 우리의 태양은 어떻게 태어났을까? 어떤 모습으로 최후를 맞이할까? 태양의 일생은 태양의 탄생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자, 별의 탄생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앞선 <태양계의 형성> 편에서 이야기했듯, 약 46억 년 전 우리은하의 한 귀퉁이에 특이한 성간물질의 덩어리가 있었다. 이웃한 초신성 폭발의 영향으로 밀도가 높아지고, 초신성의 잔해에서 나온 질량이 큰 물질들을 머금고 있는 성간물질 덩어리였다. 그것들은 강착에 의해 서로가 조금씩 뭉치기 시작하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자체 중력으로 서로 결합하면서 점점 무거워지고 밀도가 더욱 높아지게 되었다. 거대해지고 밀도가 높아진 그것들의 중심부에서는 마침내 중력 수축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렇게 원시 태양이 잉태된 것이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압력이 더욱 높아지면서, 원시 태양의 내부 온도가 1,000만 도에 이르게 되고 수소의 원자핵이 융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높아진 내부 압력과 수축하려는 중력의 힘이 균형을 이루게 되면서 원시태양은 더 이상 수축하지 않고 일정한 크기와 형태를 유지하게 되었다. 별이기도 한 우리의 태양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태양은 수소를 연료로 태우고 난 뒤 헬륨을 재로 내뱉는 전형적인 항성이다. 그리고 지금의 태양은 주계열성(主系列星, main sequence star)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항성이다. 주계열성이란 수소를 연료로 해서 안정적으로 핵융합을 일으키는 별을 가리키는 사전적 의미와 더불어, 별이 일생에 있어서 거쳐 가는 여러 단계 중 하나의 단계를 이르는 용어다. 대부분의 별들은 일생에 있어서 주계열성 단계를 한 번씩 거치게 되는데, 이 주계열성 단계를 지나게 되면 별로서의 일생을 사실상 마감하게 된다. 질량이 태양보다 5배 정도 큰 별들은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며 생을 마감하고, 질량이 태양보다 수십 배에 이르는 별들은 블랙홀로 변신하며 별로서의 생을 마감하기 때문이다. 태양과 비슷한 질량을 가진 별들의 경우 주계열성 단계를 지나면 적색거성을 거쳐 백색왜성이 되었다가 끝내 생을 마감하게 된다.
태어난 지 46억년 정도가 되는 태양은 당분간 주계열성 상태에 머무를 것이다. 그리고선 약 50억 년 정도가 더 지나 연료인 수소를 다 소진하게 되면 수소의 재인 헬륨을 연료 삼아 다시 핵융합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이 무렵 태양은 주계열성의 단계를 벗어나 적색거성의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별의 일생> 편에서 이야기했듯, 태양 핵의 내부에서는 헬륨이 핵융합을 일으키고 있지만 핵의 경계부에서는 당초에 타고 있던 잔여량의 수소가 계속 핵융합을 하면서 태양의 외부가 급격히 팽창하기 때문이다. 결국은 지구까지 집어삼킬 정도로 부피가 부풀어 오르면서 말이다.
이렇게 적색거성으로서 극대치에 도달한 태양은 서서히 백색왜성으로 가기 위한 여정을 새로이 시작한다. 적색거성의 단계에 이른 태양은 중력이 약해진 외곽부에서 질량 방출을 일으키며, 결국 중심부의 고밀도 물질만 남겨 두고 외곽부의 모든 물질을 성운 형태로 발산할 것이다. 태양은 그렇게 백색왜성(白色矮星)이 되었다가 그로부터 또 수십억 년의 세월이 흐르면 남아 있던 에너지를 모두 잃어버리고 흑색왜성(黑色矮星)으로 변해 갈 것이다. 아무도 볼 수 없는 검은 별로 변해 간다는 것, 바로 별로서의 일생을 마감한다는 의미다.
일부 학자들에 의하면 태양은 적색거성의 상태로 30억 년 정도를 더 별로서 살아갈 것이라고 한다. 그 추측이 정확하다면 우리 태양은 앞으로 80억 년 정도는 더 삶을 이어갈 것이다. 물론 지구는 태양에게 삼켜진 뒤겠지만 말이다.
<태양③-②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