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제왕 - 천왕성, 바다의 신 - 해왕성
천왕성은 매우 독특한 행성이다. 자전축이 97.8도로 기울어져 있어서다. 공전면을 기준으로 지구, 화성, 토성 정도가 25도 안팎의 기울기를 지니고 있고, 나머지 행성들이 거의 0에 가까운 기울기를 지니고 있는데 반해 천왕성은 직각에 가까운 기울기를 가져 있다. 아예 누워서 자전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천왕성에서는 매우 독특한 하루 일과를 맞이해야 한다. 하지나 동지를 즈음해서는 몇 달씩이나 낮 또는 밤이 지속된다. 춘분이나 추분 무렵이 되어서나 지구와 같은 하루 일과, 그러니까 하루 중에 해가 뜨고 해가 지는 일과를 볼 수 있다. 참고로 천왕성의 1년은 84지구년이고 하루는 17지구시간이다.
천왕성은 기본적으로 목성형 행성 즉 가스 행성으로 분류된다. 목성형 행성처럼 대기가 주로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왕성은 해왕성과 함께 거대 얼음 행성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수소와 헬륨 아래층이 물과 암모니아의 얼음으로 구성되어 있어서다. 그리고 천왕성의 대기는 약간의 메탄을 포함하고 있는데, 메탄의 주황색을 흡수하는 성질로 인해 천왕성은 연한 비취색으로 빛난다.
천왕성이 지금처럼 완전히 기울어진 자전축을 갖게 된 데 대해서는 유력하게 인정받고 있는 가설이 있다. 천왕성도 생성 당시는 다른 행성들처럼 자전축이 공전면의 직각에 가까운 자전축을 지니고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고 있지만, 천왕성 생성 초기 지구 정도 크기의 천체가 천왕성의 극지대와 비스듬히 충돌하면서 자전축이 기울게 되었을 거라는 추측이다. 태양계 생성 초기에는 대규모 천체 간의 충돌이 자주 발생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행성충돌설은 유력설로 인정받게 되었다.
어느덧 태양계 형제들 탐방 여행의 종점에 이르렀다. 태양계의 여덟 번째 행성이자 마지막 행성인 해왕성에 막 도착하는 중이다. 제법, 아니 한참을 달려왔다. 태양과 지구 간 거리의 30배에 이르는 엄청난 거리다. 그만큼 거리가 멀어서인지 태양 빛의 세기도 지구의 900분의 1로 줄어들었다.
해왕성은 연한 비취색의 천왕성보다 더 선명한 파란색을 띠고 있다. 대기 중에 천왕성보다 더 많은 메탄을 머금고 있어서 훨씬 더 선명한 파란색을 띠는 것이다. 해왕성은 천왕성과 마찬가지로 가스형 행성이자 거대 얼음 행성이다. 해왕성도 행성의 겉껍질은 수소와
헬륨의 가스로 이루어져 있고 그 아래엔 물, 암모니아의 얼음과 고체 메탄으로 구성된 맨틀이 자리하고 있다.
해왕성의 태양과의 거리는 30AU다. 약 45억 킬로미터에 이르는 엄청나게 먼 거리다. 태양 빛도 해왕성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4시간 이상을 달려야 한다. 1977년에 발사된 보이저 2호는 12년 만에 겨우 해왕성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해왕성은 우리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행성이었다. 그런데 해왕성은 여느 행성들이 관측에 의해 존재가 밝혀진 것과 달리, 계산과 추측에 의해 존재가 예견된 유일한 행성이다. 1840년 한 수학자가 천왕성 궤도의 불규칙성을 보고서 천왕성의 운행에 간섭을 일으키는, 보이지 않는 행성의 존재를 예견했던 것이다.(관측에 의해 실제 발견된 것은 1846년이다.)
해왕성에서는 태양계에서 가장 강력한 폭풍이 불고 있다. 태양과의 거리가 멀어 받아들일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이 가장 적은데도 불구하고 시속 2000킬로미터의 태양계 최강 태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대암점(大暗點, Great Dark Spot, 대흑점이라고도 불림)이라 불리는 거대한 고기압성 태풍 덩어리에서 부는 바람이다. 대암점은 대기의 다른 부분보다 구름이 적어 상대적으로 어두워서 검게 보이기 때문에 ‘Dark’ spot이라는 표현이 붙었다. 목성의 대적점과 비슷한 외모를 갖고 있지만 대적점이 수백 년간 수명이 지속되는 것과 달리 대암점은 수명이 몇 년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암점은 수시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어, 이것으로 해왕성이 얼마나 왕성하게 대류 활동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해왕성이라는 이름은 바다의 왕(海王)을 의미한다. 영어명인 넵튠(Neptune)은 아예 바다의 신이다. 태양계 형제들의 맨 끝자리에서 파란빛을 내며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것에게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태양계의 형제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