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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에서 인류까지 34 달이야기 / 밀물과 썰물 ③-②

우주 > 달 이야기 > 밀물과 썰물 ③-② 달의 심술, 밀물과 썰물

by 할리데이

우리들의 보금자리 지구는 이제껏 역대급 우연과 행운을 거쳐 현재 모습에 이르고 있다. 이 책의 2부 <지구>, 3부 <생명>, 4부 <인류> 등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우주의 탄생이라 할 빅뱅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만이라도 생략되었더라면 지금의 우리는 여기 없을 것이다. 태양계 내에서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우리 지구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구간이자 태양과 최적의 거리인 골디락스 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알맞은 기온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줄 맑은 대기와 적당량의 온실가스를 품고 있으며, 생명의 탄생과 유지에 필요한 액체 상태의 물을 딱 필요한 만큼 머금고 있다. 환상적인 우연의 조합이다. 그런데 여기 또 하나의 재미있는 우연이 있다. 모행성에게 자신의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정도의 질량을 보유한, 딱 적당한 크기의 위성을 가진 것이 그것이다.

지구의 위성 달은 태양계 내 어느 위성보다도 모행성 대비 크기와 질량이 크다. 덕분에 달은 모행성인 지구에 대하여 실효성 있는 조석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지구의 바닷물을 제 자신쪽으로 끌어당기면서 말이다. 그 때문에 우리는 한층 더 풍요로운 지구환경을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밀물과 썰물’이라 불리는 자연현상과 갯벌이라는 멋진 생태환경을 접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밀물은 달의 인력에 의해 바닷물이 달에 끌려가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하늘 높이 뜬 달이 바닷물을 잡아당기기 시작하면 해안가에서는 해수면이 상승하기 시작하는데 이때 해안가 높은 지대로 바닷물이 점점 차오른다. 이것을 밀물이라고 한다.* 이와는 반대로 달이 하늘에 떠 있지 않고, 동쪽 또는 서쪽 수평선에 위치할 때는 달의 끄는 힘이 수평 즉 측면으로 작용하면서 물이 빠져나가게 되는데. 이것이 썰물이다. 밀물의 경우 달이 최고도 지점인 남중고도에 위치하게 되면 수위가 최고조에 이르게 되는데 이때를 만조(滿潮)라고 한다. 달의 인력이 바닷물에 수직으로 작용하면서 당기는 힘이 최대치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썰물의 경우는 달의 고도가 가장 낮은 때인 동쪽이나 서쪽의 수평선에 달이 걸쳐 있을 때, 최저 수위인 간조(干潮)가 된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이 발생한다. 내가 서 있는 곳에서 달이 남중하고 있을 때, 지구의 정반대 편에서는 어떤 조석(潮汐) 현상이 일어날까? 지금 이곳에선 밀물이 들어차며 만조가 되었는데, 달의 인력이 최저치로 미칠 지구의 정반대 편에서는 도대체 조석 현상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어차피 밀물이란 게 달의 인력에 끌려 바닷물의 수위가 높아지는 현상이라면, 달의 인력이 최저치로 미칠 반대편에서는 당연히 썰물 현상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답은 ‘그곳에서도 밀물 현상이 일어난다’이다. 어째서 그런 일이 일어날까?

[*이때 달의 모양은 상관없다. 달의 모양이 초승달이든, 반달이든, 보름달이든 상관없이 달 자체가 떠오르기 시작하면 밀물도 시작된다.]


이제 슬슬 선행학습의 효과를 호출해 보자. 앞에서 지구 또한 지구와 달의 공통무게중심을 중심으로 공전한다고 설명했었다. 그리고 그 공통무게중심의 뒤쪽인 달을 등지고 있는 쪽에서는 원심력이 발생하며 바닷물이 부풀려진다고도 했다. 이것이 답의 실마리다. 바로 그 원심력 때문에 이번에는 바닷물이 지구의 바깥쪽으로 쏠려 가는 것이다. 바닷물이 지구 바깥쪽으로 쏠려간다는 것은 바로 해안가에서 수면 상승이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서 있는 곳에서 달이 남중할 때 해수면이 상승하며 밀물 현상이 일어나지만, 동시에 지구의 반대편에서도 지구의 원심력에 의해 바닷물이 상승하며 밀물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전혀 다른 메커니즘에 의해 지구의 반대편 두 곳에서 동시에 밀물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메커니즘으로 지구에서는 달이 남중할 때 한 번, 약 12시간 뒤 그 반대편에서 남중할 때 한 번, 이렇게 해서 하루에 두 번씩 밀물이 일어난다.**

[**밀물의 정확한 발생주기는 24시간 50분에 2회이다. 24시간(하루)에 50분이 더해지는 것은, 지구가 한 바퀴 자전하는 사이 달은 반시계 방향으로 지구 주위를 12° 가량 이동해 버린다. 그 각도만큼 지구가 더 자전을 해야 하는데 거기에 소요되는 시간이 약 50분이다.]


이렇게 지구의 반대편에서 동시에, 하루에 두 번씩 일어나는 밀물도 작은 밀물과 더욱 많은 물이 들어차는 큰 밀물이 있다. 이 책을 보고 있는 독자들 중 상당수는 아마도 태풍 관련 예보를 들으면서 “이번 태풍은 만조 시기와 겹치면서 큰 비 피해가 예상됩니다.”라는 멘트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끔씩은 “이번 태풍은, 만조 중에서도 가장 물이 많이 들어찬다는 ‘사리’와 맞물리면서 더욱 큰 비 피해가 예상됩니다.”라는 예보도 접해보았을 것이다. 밀물 때 바닷물이 최고치로 들어찬 상태가 만조인데, 이 만조 중에서도 더욱 물이 많이 들어찰 때가 있다. 이를 ‘사리’ 또는 대조(大潮)라고 한다. 이와는 반대로 만조치고는 비교적 물이 덜 들어찰 때가 있는데 이를 ‘조금’ 또는 소조(小潮)라고 한다. 그런데 이 사리와 조금이 생기는 이유도 재미있다. 태양과 지구와 달의 상호작용에 의해 그것이 생기기 때문이다.


태양은 ‘지구-달’과의 거리가 멀어, 지구와 달에 미치는 조석력이 미미하다고 했었다. 하지만 태양도 작으나마 지구와 달에 미치는 조석력을 분명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 힘을 때로는 달의 조석력에 보태기도 하고, 또 때로는 달의 조석력을 약화시키는데 쓰기도 한다. 달의 조석력에 힘을 보탠다는 것은 태양과 달과 지구가 일직선상에 위치할 때, 태양과 달의 조석력이 같은 방향으로 작용하면서 달의 조석력이 증가하는 것을 말한다. 태양의 조석력이 달의 그것을 약화시킨다는 말은 태양과 달과 지구 세 천체가 직각으로 위치할 때, 태양의 조석력이 측면에서 작용하며 달의 조석력을 감소시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달의 조석력이 더 강해지거나 더 약해지면서, 특별히 ‘태양과 달과 지구’가 일직선상에 위치하는 시기의 만조는 큰 만조 즉 대조이자 사리가 되는 것이고, 세 천체가 직각으로 위치할 때의 만조는 작은 만조 즉 소조이자 조금이 되는 것이다.

[***태양-지구-달의 순으로 나열할 때는, 달이 남중하는 지역에서는 태양의 조석력의 간섭이 없어서 달의 순수한 조석력이 보존되고, 원심력이 작용하는 지역에서는 지구의 원심력에 태양의 조석력이 더해져 사리 현상이 일어난다.]


<달의 초상> 편에서 이야기했듯 세 천체가 일직선이 되는 현상은 음력 일수로 한 달에 두 번 일어난다. 삭일(朔日)과 보름날에 각각 한 번씩 해서 두 번이다. 그리고 직각이 되는 시기 또한 음력으로 7일이나 8일 그리고 22일이나 23일에 한 번씩 해서 한 달에 두 번 일어난다. 이를 요약하면 겉보기 달이 아예 뜨지 않는 삭일과 둥근달이 환하게 뜨는 보름날, 이 두 날이 사리가 밀려드는 날이다. 음력 7, 8일과 22, 23일 경 반달이 뜨는 날, 이때가 조금이 드는 날이다.


<③- 갯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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