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 지구의 탄생 > 대기-기권 ②-②
이번 편에서는 원시 대기가 현재와 같은 대기 상태로 되기까지의 과정과 대기가 이루고 있는 층구조 등에 대해서 간략히 알아보았다. <지구의 구조> 편에서처럼 기능적인 설명과 함께 말이다. 그러나 <지각> 편에서의 설명이 그랬고, 또 뒤이어질 <수권>에서의 설명이 그러하겠지만, 대기는 우리 지구의 환경에 대해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구를 살아 숨 쉬게 하여줄 뿐아니라, 지구가 생명체의 보금자리로 거듭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으로부터 지구로 날아드는 자외선의 경우만 하더라도 성층권의 오존층이 그것을 차단해 주지 않는다면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은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다. 자외선이 유발하는 DNA 손상으로 생명체들이 살아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자외선이 차단되지 않았더라면 지구상에서 아예 생명이 탄생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대기가 자외선을 차단해 주는 덕분에 지구는 오늘날과 같은 생명의 별이 될 수 있었다.
비록 공기의 밀도는 희박하지만 열권에서의 대기의 활약 또한 마찬가지다. 만약 생물체가 태양으로부터 불어오는 태양풍에 직접 노출된다면, 이온의 성질을 띠고 있는 태양풍에 의해 세포에 치명적인 상처를 받게 된다. 그리고 생명체에 직접 가해지는 태양풍의 피해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지구가 태양풍에 노출될 경우, 현대사회의 IT시스템은 붕괴 상황까지 치달을 수도 있다.
대류권에서의 이산화탄소의 역할은 더욱 극적이다. 이산화탄소는 대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약 0.04퍼센트 정도에 불과하지만 지구를 ‘생명체거주가능’ 공간으로 만들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산화탄소가 지닌 온실효과 덕분인데, 만약 이산화탄소가 없었거나 대기 중의 차지 비율이 조금이라도 높거나 낮았더라면 지구상에는 생명체가 존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산화탄소의 온실효과 덕분에 지구는 현재의 평균 섭씨 15도 정도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메탄, 수증기, 질소산화물 같은 온실가스가 없다면 지구의 평균온도는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없는 영하 18도 정도까지 내려갈 거라고 한다.
그리고 대기는 수권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기후와 날씨를 형성해 왔다.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대기는 기후와 날씨에 영향을 끼치는 정도가 아니라 스스로 날씨를 만들어 왔다. 대기의 대류에 의해 바람이 일어나고, 수증기가 응결되어 구름과 비를 만든다. 그 바람과 비가 말 그대로 기후와 날씨를 형성하며 오늘날의 지구를 있게 해온 것이다. 또 바람과 비는 풍화와 침식과 퇴적작용을 통해 지구의 지형을 오늘날처럼 만들었고, 대지를 적시며 초원과 삼림을 일궈 주었다. 온갖 식물들이 번성하고 동물들이 공존하게 된 것이다. 대기의 대류와 해수(海水)의 순환에 의한 지구의 기후는 지구가 생명의 별로 거듭나는데 결정적인 요인이 되어왔다.
끝으로 대기가 인간의 생활에 영향을 끼친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인간들의 감성과 영감의 원천이 되어준 하늘에 관한 이야기다. 지금껏 우리가 이야기한 대기는 다름 아닌 우리가 매일같이 바라보며 꿈과 이상의 매개로 삼던 그 하늘이다. 드높은 곳에, 더없이 넓게, 푸르디 푸르게 펼쳐져 있던 그 하늘이야말로 바로 대기가 우리 눈에 비친 모습이었던 것이다. 동틀 무렵 주황빛으로 밝아오는 동쪽 하늘은 우리들에게 희망을 노래하게 해 주었고, 눈이 시리도록 푸르게 펼쳐진 창공은 이상을 꿈꾸게 해 주었으며, 석양에 물든 붉은 하늘은 자연의 아름다움에 젖어 들도록 해 주었다. 이 하늘이야말로 대기가 우리들에게 선사해 준 지구의 장엄한 파노라마였던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하늘은 우리에게 철학적 신념과 종교적 영감마저 불어 넣어 주었다. 문명이 싹튼 이후 사람들은 절대 불변의 진리를 하늘의 섭리라 표현했다. 그것은 지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속의 잡된 일들과는 격이 다른 완전무결의 신성한 것이었다. 그리고 사후세계의 안식처 또한 하늘이었다. 악한 사람들이 죽어서 땅속의 지옥에서 죗값을 치를 때, 선한 사람들은 하늘나라인 천국에서 사후 안식을 얻었다. 당연히 신들의 거주지 또한 하늘이었다. 그것을 교리에서 규정을 하든, 하지 않든 웬만한 종교에서의 신들의 거처는 하늘이다. 이른바 천상(天上)의 세계다. 우리나라에서는 그것이 어떤 종교이든 최고의 신을 그냥 ‘하늘님(하느님, 하나님)’이라 일컫고 있다.
원시 대기 상태에 있던 대기는 산소급증사건을 거치며, 4개의 층위로 구성된 채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그 대기는 수많은 생명체를 생명으로 존재하게 해 주었으며 특히 우리 인간에게는 하늘이라는 별다른 존재로 다가와 감성과 영감마저 불어넣어 주었다. 너무나도 소중한 지구의 일부이자 지구촌 생명체들의 보호자이다. 그런데 이 대기가 요즘 위기에 처해 있다. 기후변화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기후변화에 대해 별반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고 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인식 때문에, 나아가 기후변화란 것이 실체가 있는 것인가라는 의구심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후변화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 경제적인 이유는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인간의 개발행위에 의한 기후변화 촉발은 분명히 실체가 있는 사건이다. 어떤 사람들, 심지어 일부 관련 학자들조차 기후변화를 환경옹호론자들의 조작이라며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틀린 이야기다. 기후변화의 문제는 대부분의 기후학자들이 구체적인 자료와 수치 그리고 증거를 제시하며 제기하고 있는 실체적인 문제이다.
지구는 이제껏 태양으로부터 받은 에너지의 양과 똑같은 양의 에너지를 우주로 배출해 왔다. 만약 받은 양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배출한다면 지구는 얼음 행성이 되어 버릴 것이고, 반대로 에너지를 적게 배출한다면 금성처럼 우주 오븐이 되어 버릴 것이다. 기후변화의 실체는 의외로 간명하다.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흡수할 때는 가시광선 형태로 흡수한다. 그리고 그것을 배출할 때는 적외선 형태로 배출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가 원적외선을 흡수해 버리면서 그것을 우주로 방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가 적정량보다 많아지면 다시 말해 적외선이 적정량만큼 지구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면 지구는 과에너지 상태가 되어 뜨거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산업혁명 이후 인간들이 배출한 이산화탄소 등의 배출가스가 지금까지 계속 누적되어 왔다. 이 때문에 지구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적외선이 적정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인간의 행위에 의해 지구의 열 평형상태가 깨지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문제는 사람들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과 달리 실체가 있는 현실의 위급한 문제이다.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인류 사회 전체가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여야 한다.
<대기-기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