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na Lee Aug 23. 2024

어쩌면 소소하지 않을 나의 토론토 일상

토론토에서 이방인으로 남편과 가게를 운영한 지 7개월

어렸을 적 그렇게 싫어하던 일기 쓰기

성인이 되어 자발적으로 3년간 매일 적던 내 일기장에는 온통 생계를 위한 걱정, 서른 후반이 되어 나를 좀 알 것 같던 이야기로 채워져 있었다.

나의 이야기를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까

사람들에게 자극적이고 흥미를 끌만한 이야기가 내 인생에는 참 많은 것 같다.

25살의 1년간의 호주 워홀, 28살의 1년간의 밴쿠버 비즈니스 코업, 그리고 비로소 직업이라 칭할 수 있는 직장을 얻고 그걸 스스로 정리하고 남편과 차린 가게의 7년 차 토론토 생활까지.

돈이 넉넉하지 않아도 해외에 나가 공부하고 생활하는 게 가능한가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언제나 그렇다 이다.

부모님으로 지원을 전혀 받지 않았다 말할 수는 없어도

나처럼 경제관념이 없고 돈을 가치 있게 쓸 수 없는 사람도 열심히만 일하면 학업과 아르바이트의 병행 가능했다.

다른 나라의 사람들보다 한국인들은 성실하고 일머리가 좋고 상황 파악이 빠른 편이니까.

내 먼 꿈은 유학원을 친동생과 하는 것인데

꿈을 가지고 타국에 온 유학생들에게 1년에 여유자금, 학비, 생활비 해서 한.. 1 억정돈 필요하다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말 말고, 지금 수중에 얼마가 있는지 하루에 잠을 얼마나 줄이고 시험공부를 하며 알바를 할 수 있는지, 일가는 날엔 특히 겨울에는 버스가 다니지 않아 꽁꽁 언 상태로 투정도 못 부리고 마냥 기다려야 하고, 늦어서 아르바이트 사장님에게 꾸중을 들어도 괜찮은지, 해가 잘 들지 않는 반지하에서 룸렌트비를 줄여가며, 일주일에 음식 같지 않은 음식을 세네 번 먹어도 되는지 그런 것들을 물어볼 것이다.

학생의 대답이 그렇다 하면 한국을 떠나기 전 400만 원을 모으라 말해주고 (불과 1년 전만 해도 250만 원이었지만 토론토의 미친 물가는 내려올 생각이 없어 보인다..)

캐나다에 있는 초밥집, 한식집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 문장을 가르쳐주고 암기하게 해서 아르바이트를 구할 수 있게 해 줘야 된다 생각했다. 공짜로 24시간 쓸 수 있는 도서관이나 학교 독서실을 알려주고 과제를 하며 저렴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그러면서 기분을 낼 수 있는(자영업 하시는 분들에게 진상손님이 되지 않으면서), 오랫동안 있어도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그런 장소

눈이 오는 날 창밖이 너무 예뻐 숙제나 과제 시험공부를 하면서도 행복을 꿈꿀 수 있는 그런 곳 등등..

참고로 29살의 나는 눈이 너무 와서 도로, 인도에 눈이 쌓여 캐리어가 끌리지 않는 4월에 어느 날 250만 원을 들고 6개월짜리 학생비자 신분으로 토론토 국제공항에 내려 공항 와이파이를 잡아 살 집을 그때 구했으니 나보다는 모두 나은 상태로 시작할 수 있으리라.

나는 사람이 싫은 내향형 인간, 사람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끊임없이 받으면서도, 관계 안에서 응원과 위로를 받으며 안쓰러운 사람을 돕고 싶은 그런 사람이라

근래 20대 후반, 30대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보니 어쩌면 내 경험과 생각이, 나름의 내 글이 주는 정보가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그들의 마음을 토닥여 주고, 본인이 좀 더 행복해도 된다는 걸 알게 해 줄 수 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 8월 20일 오1시 27분에 처음 쓰는 이 글이 이 갑갑한 세상에 사는 나 같은 안쓰러운 사람이 위로받고 꿈을 꾸는, 어쩌면 생각만 했던 일들을 이룰 수 있게 해주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나의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