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독백 : 문턱을 넘기 전
“오늘도 가려고?”
네가 묻는다. 그저 단순한, 아무 의도도 담기지 않은 질문이었는데 나의 마음은 불편해진다.
“가야지. 난 내가 분명히 바뀔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바뀐다고? 넌 네가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데?”
목구멍에 시뻘건 사과 조각이 걸린 듯 말이 나오지 않는다. 대답해야 하는데....... 내 목이 죄어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내가 변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감히 “어떠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싶은지 뱉어내기 부끄러워서일까? 답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난 웃음으로 침묵을 무마하며 화살을 너에게 돌렸다. 웃고 있지만 늘 이기적인 나의 모습이다.
“그러는 넌, 왜 안 가? 변하지 않으면 평생 가시를 두른 채 구르며 살게 될 거야.”
너는 고요한 눈으로 나를 마주보았다.
“네 말이 맞아. 그런데 나 역시 내 뜨거운 심장을 달래기 위해 그 가시를 둘렀는걸. 그럼에도 나는 몸부림치지 않을 수 없었어. 발버둥 치고자 하는 나의 심장은 대체 누가 만들어낸 것일까?”
“늦었어. 난 갈 거야.”
“그래. 조심히 다녀와. 너를 불쾌하게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야. 나는 다만, 네가 그곳에 다녀온 후면 늘 지쳐보여서 걱정했을 뿐이야.”
나는 결국 너를 남겨두고 집을 떠난다. 마음속을 긁어대는 이 불쾌함은 너 때문이 아니라 분명 나의 모습 때문이다. 나는 언젠가 너에게 ‘크고 비밀한 것’을 말하고 함께 <배>에 오르자고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네가 그 비밀한 것을 이미 알고, 너만의 방식으로 그 사실을 품으며 전하고 있다고 해도, 나는 내가 그곳에서 받은 가르침대로 너의 삶을 재구성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그들은 이러한 나의 고민에 대해 아직 마음이 어린 아이가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모르겠다. 평생 마음이 어린 아이로 남고 싶다. 사실 너에게 함께 가자고 도무지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왜일까. 네 냉담한 눈빛을 사랑해서일까. 나를 자꾸 무언가와 직면하게 하는, 날카롭고 당돌한 질문을 하는 네가 영영 변하지 않기를 원해서일까.
익숙한 발걸음은 결국 나를 그곳의 문 앞에 데려다놓았다. 나는 달콤한 사과를 몰래 먹은 흔적을 털어내기라도 할 양 고개를 휘휘 젓는다. 평생 마음이 어린 아이로 남지 않기 위해서, 나는 이 문턱을 넘어야 한다. 나의 웃음이 진실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그곳에 머물러야 한다. 내가 토해내는 사랑은 거짓을 닮았기에, 나는 중대한 삶의 문제에 대해 회피하여 거짓 기쁨을 누리는 것이기에, 마음중심에 그곳에서 만들어준 깃발이 꽂혀있지 않기 때문에....... 나의 이러한 끔찍한 모습은 그곳에서 변화해야만 한다!
.......모르겠어, 로봇 아니면 마리오네트 같아. 나는 과연 그렇게 되고 싶은 걸까. 이 좁은 장소에서 만들어낸 삶의 양식이 정녕 절대자가 나에게 바라는 모습이란 말인가?
같은 말을 하고 같은 눈빛을 보내고 같은 목표를 품고 같은 행동을 하고 같은 삶을 살고 같은 곳에서 만나고 같은 시간에 모이고 같은 양상의 실수를 범하고 같은 기도로 반성하고 같은 곳 안에서 짝을 만나고 같은 모습의 아이를 키워내고 같은 동료를 얻어내고 또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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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꼭 네가 내게 말하던 마을 같다. 빛이 잘 드는 마을, 위계 따위는 없는 - 진실한 사랑만을 건네며 혐오 같은 오점은 존재하지 않는 마을이겠지. 숨이 끊어져도 그들은 모두 같은 마을에 모일 것이다. 그들은 그 마을에서도 부끄럽지 않기 위해 오늘도 같은 말을 하고 같은 눈빛을 보내고 같은 목표를 품고 같은 행동을 하고 같은 삶을 살고 같은 곳에서 만나고 같은 시간에 모이고 같은 양상의 실수를 범하고 같은 기도로 반성하고 같은 곳 안에서 짝을 만나고 같은 모습의 아이를 키워내고 같은 동료를 얻어내고 또 같은 ---
잠깐, 왜 나는 지금 나를 ‘그들’ 속에 포함시키지 않고 생각하고 있는가? 나는 그곳에 속한 자인데, 숨이 끊어져 흙으로 돌아갈 때 나 역시 그 마을에 속할 자인데, 나도 그곳에서 받은 가르침대로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자인데 왜 나는.......
설마 나는, 내가 넘은 이 문턱 안의 공간에 속한 자가 될 마음이 없는가? 변하고 싶은 마음이 없단 말인가!
나는 발걸음을 돌려 집을 향해 달렸다. 분명 그들의 말도, 너의 말도 모두 맞다.
다만 모르겠어, 바뀌고 싶지 않아. 난 그저 지금의 내 모습이 좋다.
내가 이해한 방식대로 모든 대상을 사랑하고 싶다. 내 삶이 그들이 그어둔 선 바깥을 넘나든다고 해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싶다. 그것이 나의 모습이며, 창조주는 내가 어떠한 모습이든 나를 사랑한다. 이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