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

ㅡ 2025.1월 15일 꿈

by 프시케

제목 : 다정함

체험을 한 듯한 생생한 꿈을 꾸었다. 팽팽한 긴장감과 불안 속에서 지낸 아이에게 처음으로 존재의 편안함을 선물한 꿈이다. 프로이트가 말한 욕구 충족이 실현되는 꿈이다. 경험 그 자체이므로 따로 해석이 필요할 것 같지 않다.



어릴 적 고향 동네다.

옆집에 놀러 갔다.

친구는 없고 아저씨가 마당 한켠에 있다.

등을 돌리고 일을 하고 있지만 내가 뒤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좋다는 것이 느껴지는 뒷모습. 나는 고작 6~7살이었지만 아저씨에게서 뿜어 나오는 그 마음이 느껴진다. 그가 몸을 돌리자 눈이 마주친다. 그 눈빛은 존재를 감싸는 빛이다. 다정함의 시선이다. 이 눈빛을 경험한 적이 없는 나는 나의 존재가치를 단번에 알게 되었다.


***********************************


누군가의 눈빛에서 나를 존재 그 자체로 본다는 느낌을 가져본다는 것은 얼마나 감미로운가!

몸짓은, 얼굴은, 눈빛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말이 없어도 그냥 안다.

분명 부모님은 나를 사랑한다. 내가 아프면 마음 아파하고 간호를 한다. 내가 잘못된 길을 간다 싶으면 걱정에 잔소리를 한다. 걱정의 시선은 있었지만 다정함의 시선은 찾을 수 없었다. "추운데 어서 들어와!." 하는 말투에서 걱정과 반가움은 있지만 존재로 인정해 주는 그런 달콤함은 없다.


너무 생생한 장면이라 현실에서 겪은 실제 상황 같았다. 몇 주간은 그 생생함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현실의 일이라면 시간차와 상관없이 그때 일을 떠올릴 때마다 감정의 농도가 일정하겠지만, 아쉽게도 꿈은 그러지 못한다. 조금씩 감동이 옅어진다. 꿈과 현실을 혼동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일까?

그래도 '나는 존재 그 자체로서 참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다'라고 내 마음속에 새겨준 꿈이다.


이번 꿈보다 조금 앞서는 꿈(날짜 적는걸 깜박했다) 이 같이 생각난다.

회복될 가능성이 없는 아픈 남편을 돌보는 가까운 언니가 있다. 남편이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서자 언니는 남편을 마주 보며 "어! 왔어?"라고 반갑게 맞이한다. 다정한 말이 남편의 병을 고쳤다고 한다.


"어! 왔어?"의 다정한 말.

나는 언니 바로 옆에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데, 목소리와 말투는 아직도 귀에서 생생하게 울린다. 한 번씩 흉내 내 본다. 너무 감미롭다.


'말'에 포인트가 있는 게 아니라 '다정한'에 포인트가 있다. 다정한 말을 할 때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나오는 눈빛이 있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따사로운 몸짓과 함께.


앞선 꿈에서의 '다정함'은 내가 목격한 다정함이다. 나에게 건네는 말이 아니지만 옆에서 듣는 나에게도 치유가 되는 목소리다. 어떤 상처라도 치유가 되지 않을 수 없는 시선이다. 나는 그동안 타인의 얼굴에서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또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살폈다. 누군가의 눈빛이 상대를 '존재' 그 자체로 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오늘 꿈은 내가 직접 체험한 다정함이다. 그 치유가 나에게 직접적으로 일어난다. 아픈 남편처럼 아픈 나의 내면이 치유된다.

'나 참 괜찮은 아이이다.'라고.


지배하지 않으며, 소유하지 않는 시선 앞에서는 내 존재를 그대로 드러내고 느낄 수 있다. 꿈은 나에게 다정함이란 경험을 선물해 주었다. 머리에서만 알고 있었던 다정함이 가슴으로 내려와 따스하게 나를 품는다.


경직되어 있던 내면 아이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 나도 이제 다정함의 시선을, 목소리를, 몸짓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나는 왜 꿈에 끌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