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꾸안꾸', 검이불루 화이불치 미학

천 년을 이어온 한국의 미학, K-뷰티로 피어나다

by 김욱


세계가 주목한 '꾸안꾸'의 매력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뷰티 시장의 판도는 급격히 변화했다. 서구권의 뷰티 트렌드를 지배했던, 얼굴의 골격을 새로 짓는 듯한 강한 컨투어링과 두꺼운 풀 커버리지 메이크업의 기세가 한풀 꺾인 자리에는 K-뷰티라는 새로운 흐름이 들어섰다. 전 세계의 뷰티 구루들은 이제 한국어 발음 그대로 ‘Kkuanku(꾸안꾸)’를 언급하며, 인위적인 화려함보다는 본연의 건강함을 강조하는 한국식 화장법에 열광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K-뷰티에 매료된 결정적인 지점은 바로 '자연스러운 생기'다. 이른바 '노 메이크업 메이크업' 혹은 'MSBB(My Skin But Better)'로 불리는 이 스타일은 화장을 거의 하지 않은 듯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결은 투명하게 정돈되어 있고 본래의 혈색인 듯한 은은한 광채가 흐른다. 과도한 색조와 인위적인 펄을 덜어내고, 대신 수분을 머금은 듯한 윤기와 자연스러운 음영으로 이목구비를 또렷하게 만드는 것. 이는 서구의 '드라마틱한 변신'과는 궤를 달리하는, '티 나지 않는 최상의 개선'을 추구하는 K-뷰티만의 차별화된 특징이다.


북촌과 고궁, 오래된 미학의 핫스팟


최첨단 뷰티 트렌드가 휩쓸고 있는 번화가와는 사뭇 다른 풍경인 서울의 북촌 한옥마을과 고궁 역시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핫스팟으로 자리 잡았다. 화려한 K-팝이나 드라마의 네온사인을 쫓아왔을 것 같은 이들이, 의외로 가장 깊이 빠져들어 머무르는 곳은 묵직한 기와와 나무 기둥이 서 있는 옛 공간들이다. 그들은 화려한 금박으로 뒤덮인 유럽의 왕궁이나 압도적인 스케일의 중국 건축과는 결이 다른, 한국 고건축 특유의 담백하면서도 기품 있는 선 앞에서 발길을 멈춘다.


이들이 매료된 한국 전통 건축과 도시 미감의 정수에는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라는 철학이 흐르고 있다. 『삼국사기』에서 김부식이 백제 온조왕의 새 궁궐을 묘사하며 쓴 이 문장은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는 뜻이다. 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조선 건국 시기 정도전이 경복궁을 설계하며 왕조의 건축 규범으로 삼았을 만큼 한국 문명을 지탱해 온 미학적 척추다. 겉치레에 집착하지 않으면서도 위엄을 잃지 않는 절제된 화려함. 이것이 바로 한국 건축이 천 년을 넘어 세계인의 시선을 붙잡아둔 힘이다.


얼굴 위에서 만난 검이불루


언뜻 보기에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두 장면, 즉 '최신 유행인 K-뷰티'와 '오래된 전통 건축'은 놀랍게도 하나의 지점에서 극적으로 만난다. 오늘날 K-뷰티가 추구하는 '꾸안꾸'의 정신은 사실 천 년 전 건축 미학인 '검이불루 화이불치'의 현대적 번역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K-뷰티가 지향하는 방식—피부 본연의 결을 살리되(儉), 결점은 정교하게 보정하여 누추하지 않게 하고(不陋), 색조를 더해 생기를 주되(華), 과한 덧칠로 본질을 가리지 않는(不侈)—은 정확히 검이불루 화이불치의 미학을 얼굴 위에서 구현한 것이다. 전통 건축이 나무의 결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단청으로 은은한 위엄을 더했듯, K-뷰티는 개인의 고유한 피부 톤과 개성을 덮어버리지 않는 선에서 최적의 아름다움을 끌어낸다. "화려하기만 하면 질리고, 단순하면 눈길을 못 끈다"는 옛 선인들의 건축적 직관은, 현대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의 붓끝에서 '투명한 광채'와 '섬세한 음영'이라는 뷰티 언어로 완벽하게 재탄생했다. 결국 두 현상은 서로 다른 시대, 다른 소재를 다루고 있을 뿐, '절제와 균형'이라는 한국적 미학의 DNA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미학의 본질에 닿다


그렇다면 과거로부터 면면히 이어져 온 한국적 미학이 시공간을 넘어 현대 세계인들에게도 강렬하게 어필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심리학자 대니얼 베를린(Daniel Berlyne)의 '역 U자 곡선' 이론은 이에 대한 과학적인 단서를 제공한다. 베를린은 인간이 자극의 복잡성이 너무 낮으면 지루함을 느끼고, 반대로 너무 높으면 피로감이나 불안을 느껴, 적당한 중간 수준의 복잡성에서 가장 큰 미적 쾌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인지적 차원에서 인간의 뇌는 과도한 단순함과 과도한 화려함 사이의 균형점을 본능적으로 갈구하도록 진화했다. "너무 떡칠한 메이크업은 부담스럽고, 관리하지 않은 민낯은 아쉽다"는 현대인의 보편적 감각은 바로 이 최적의 자극점을 찾으려는 심리다. 한국의 '검이불루 화이불치'는 베를린이 데이터로 증명하기 훨씬 이전부터, 이 '미학의 골든타임'을 정확히 포착하고 언어화한 개념이다. 즉, 외국인들이 K-뷰티와 한국 전통 건축에 빠져드는 것은 그것이 단순히 '이국적'이어서가 아니라, 인간이 가장 편안하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미학적 본질을 한국 문화가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구현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규범이 된 미학, 한류의 힘


결론적으로 K-뷰티를 위시한 한류의 미학적 성취는 우연한 발견이나 마케팅의 승리가 아니다. 그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미학의 본질을 간파하고, 이를 '검이불루 화이불치'라는 명료한 규범으로 만들어 건축, 의복, 예법, 그리고 오늘날의 화장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훈련하고 축적해 온 문명의 결과물이다.


정도전이 조선의 궁궐을 지으며 화려함과 검소함의 경계를 치열하게 고민했듯, 오늘날의 K-뷰티 또한 과함과 부족함 사이에서 가장 아름다운 균형점을 찾아내고 있다. 한국의 미학이 세계적인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이처럼 미(美)를 단순한 감각의 유희가 아닌, 지켜야 할 태도이자 규범으로 다듬어 온 역사적 깊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검이불루 화이불치'는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인의 얼굴 위에서 살아 숨 쉬는 현재진행형의 미학이다.

작가의 이전글언론의 민주당 사냥이 극우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