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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로사 Sep 03. 2024

글쓰기 전성시대에 임하는 나의 자세

나의 필일오(必日五)

오늘도 글을 쓴다. 

어제 이사를 해서 몸이 천근만근 되어도 글쓰기를 한다. 

요즘 내가 만나는 온라인 세상에서는 글쓰기 바람이 불고 있다. 

매주 목요일 밤 8시에 이지글방 사랑방에 손님들이 모인다. 오전에 각자의 삶을 한바탕 살고, 밤에 글을 쓰기 위해 하나둘 줌이라는 문명 속에서 만난다.    

  

사는 곳, 나이, 살아온 환경이 다 다르지만, 글을 쓰기 위해 모인 자발적 글쓰기 공동체이다. 글을 써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모인 야학이다. 소설이나 드라마에 나오는 야학에는 훌륭한 스승이 등장한다. 1930년대 농촌 계몽운동을 한 실존 인물 최용신을 모티브로 한 <상록수>의 채영신처럼. 우리에게 채영신 같은 존재, 이지아 글 선생님이 있다. 소심하지만 강단 있는 글방지기 글로공명(닉네임)님 덕분에 이 야심한 시각에 글을 쓴다.   

   

이지글방에 발을 디디면서 주변을 돋보기로 보는 것처럼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어느 날, 지인이 애벌레가 예쁘게 그려진 에코백을 들고 와서 한마디 했다. 

"애벌레가 참 귀엽네!“

그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봇물 터진 샘물처럼 줄줄 쉴 새 없이 이야기한다.

"얘네들은 아들이 3학년 때 재미있게 읽은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이야."

"초등 교사가 썼더라."

"책 제목이 나는 3학년 2반 7번 애벌레인데, 울 아들은 3학년 2반 8번이었어~ "

애벌레를 사랑한 지인 아들 덕분에, 얼떨결에 애벌레 친구를 사귀게 되었다.     


글쓰기를 하면서 변화가 있다면, 책을 직접 사서 읽는다.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퇴고의 과정을 거쳐 탈피한 글임을 알기에. 도서관에서 빌리지 않고 서점에서 데리고 왔다. 애벌레 친구들이 탄생하기까지 창작의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글을 지은 사람에게 노동의 대가를 간접적 방법(인쇄)으로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크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니 나비의 한살이가 눈앞에 그려진다. 알에서부터 애벌레, 번데기, 나비까지. 관찰자 시점이 아니라 애벌레의 시점에서 바라본 교실 풍경이 재미난다. 애벌레가 되어 학생들과 선생님을 바라보는 작가의 상상력이 최고다!      


초등 교사인 김원아 선생님이 쓴 ‘나는 3학년 2반 7번 애벌레’ 동화책은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나에게 생활에서 꾸준히 글쓰기 하라고 말해준다. 멀리서 찾지 말고 가까이서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라고 한다.    

 

나도 작가가 되어 우리 교실을 살펴보았다. 마침 바질이 떠올랐다. 실과 시간에 학교 화단에서 퍼온 흙에 바질 씨앗을 심었다. 학생들은 자기가 심은 바질에 이름도 붙여주고 금이야 옥이야 정성껏 보살폈다. 하루는 바질 옆에 미운 오리 새끼처럼 다른 싹이 올라왔다. 아마 흙 속에 교실 구경을 하고 싶어서 따라온 씨앗이 있었나 보다. 잡초라 생각하고 뽑으려다 어떻게 자랄지 궁금해서 그냥 놔두었다. 어느 날 아침, 뽑지 않고 놔두었던 식물에서 예쁜 나팔꽃이 피어 우리를 놀라게 했다.     


그 후에도 바질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만들어주었다. 방학이 되어 어쩔 수 없이 화분을 1층 화단에 잠시 내려다 놓았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교실 밖 바질은 놀라울 정도로 자라 있었다. 마치 아이들이 학교 밖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돌아온 것처럼. 쑥쑥 자라 있는 바질을 보니 우리 반 학생들을 보는 것 같았다. 이런 이야기를 글로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상이 글감이다. 내 주변에서 소재를 찾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다 글이 되지는 않는다. 글을 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소설가 김훈 작가는 예전 한 인터뷰에서 작업실 칠판에 ‘필일오(必日五, 매일 다섯 매씩 쓴다)’라는 말을 써놓았다고 했다. 작가는 매일 원고지 5장에 새로이 언어를 발굴하는 작업을 했다. 글쓰기의 대가 김훈도 매일 글을 썼다고 하는데, 하물며 나는 어떠한가?      


바야흐로 글쓰기 전성시대에 나만의 ‘필일오’를 만들어 글쓰기를 해야겠다. 우선 글을 쓰기 위한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새벽에 글을 쓰면 되겠다. 사방에 널려있는 글쓰기 소재는 명상을 통해 나에게 끌어당기는 시간이 필요하다. 기초 체력이 있어야 글을 오래 쓸 수 있다. 계단 오르기가 좋겠다. 좋을 글을 쓰기 위해 배경지식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관심 있는 주제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어 깊이 있는 글을 쓰고 싶다. 김훈 작가도 매일 원고지 5매를 썼다고 했으니, 나는 5문장 이상 써보자. 매일 꾸준히 그냥 쓰는 거다.      


一 : 5시, 새벽 기상하기

二 : 5분, 명상하기

三 : 5회, 계단 오르는 운동하기 

四 : 5권, 병렬독서하기 

五 : 5문장 이상, 매일 꾸준히 글쓰기     


지금은 글쓰기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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